대전 가볼만한곳, 대전 이응노미슬관과 금산의 꽃마을
대전 가볼만한곳, 대전 이응노미슬관과 금산의 꽃마을
여자는 누구나 자신을 닮은 꽃이 하나쯤 있습니다. 귀엽고 명랑한 소녀부터 자애롭고 원숙한 여인에 이르기까지 고유한 개성이 꽃처럼 빛나기 마련이죠. 매년 산과 들이 형형색색 물들고 공기 중에 달콤한 향기가 진동할 무렵이면 여자들의 마음이 요동치는 것도 좀 더 빨리 그 풍경 속에 동화되고 싶은 마음 때문일 것입니다. 아주산업 상암사업소 이현희 매니저는 이번 여행의 동반자로 남자친구의 어머니 박정화 씨를 초대했습니다. 여행을 떠나기 위해 모인 서울역 대합실에서 잠시 일정 브리핑을 하는데 두 사람은 수학여행을 떠나는 여고생처럼 설레는 표정입니다.
오늘의 목적지는 대전 이응노미술관과 풍성한 꽃 잔치가 한창인 충남 금산군 일대. "꽃놀이를 가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아직 떠나지 못했던 차에 저 이상으로 꽃을 좋아하는 어머님 생각이 났어요. 조심스럽게 의향을 여쭈었더니 무척 좋아하시며 흔쾌히 수락하셨어요." 현희 씨의 살가운 마음을 헤아리는 듯 박정자 씨는 좋은 기회를 얻어 감사하다며 큰 웃음으로 인사를 전했습니다.
대전 가볼만한곳 하나. 대가의 혼이 숨 쉬는 곳, 이응노미술관
서울을 떠난 ktx 열차는 한달음에 대전역에 도착했습니다. 대전 이응노미술관은 한국 화단의 거목이자 세계적인 작가 고암 이응노(1904~1989) 화백의 작품을 연중 전시하고 그의 삶과 예술 활동을 재조명하며 이 시대에 고암의 정신을 확장하고 계승할 목적으로 2007년 5월 개관했습니다.
한밭수목원을 마주 보고, 대전시립미술관과 이웃해 대전 시민을 비롯한 관람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죠. 때마침 이응노미술관에는 최근의 기증작품을 중심으로 한 <2014 신소장품전>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이응노 화백이 동백림 사건으로 2년 반 동안 형무소에 있을 때 그린 옥중화와 1977년도의 다양한 변화와 실험정신을 보여주는 문인화, 풍경, 문화, 구성 작품, 그리고 서화와 판화까지 그동안 미공개되었던 500여 점의 작품들을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야트막하고 아담한 미술관은 프랑스 건축가 로랑 보두앵이 설계를 맡았습니. 한국 작가 이응노와 프랑스 건축가 로랑 보두앵의 만남. 언뜻 이질적으로 보이지만 동양화의 현대화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던 고암의 작품 세계와도 일맥상통합니다. 총 4개의 전시실을 차례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이동하면서 군데군데 조성된 통 유리창을 통해 미술관을 둘러싼 야외 정원이 눈에 들어옵니다. 뒤뜰로 난 창을 열고 잠시 관조한다고 할까요? 바깥 풍경과 어우러지는 동선을 따라가니 유유히 산책하는 기분을 맛볼 수 있습니다. 미술관을 오랜만에 찾은 두 사람은 어느 하나 놓칠 새라 작품마다 꼼꼼히 바라봅니다.
"현희야, 옥중화 작품들은 열정이 느껴지지 않니? 아, 이 작품은 역동적이다." 처음 보는 대가의 작품이 낯설고, 그림의 언어를 다 이해할 수 없어도 적극적으로 작품과 마주하며 소통하는 두 사람의 마음은 한층 풍요롭습니다. 마음의 결이 부드러워진 두 사람이 자연스럽게 손을 맞잡았습니다. 아들의 여자친구와 남자친구의 어머니. 서로 어떻게 관계를 맺어갈지 조심스러운 입장일 수밖에 없습니다. 두 사람의 첫인상이 어땠을지 자못 궁금했습니다.
"둘이 교제한 지도 3년이 넘었네요. 같은 교회를 다니기 때문에 몇 번 눈에 익힐 자리가 있었어요. 교제 사실을 알고 나서 현희를 다시 보니 웃는 모습도 예쁘고, 따뜻한 마음씨가 마음에 들었어요. 무엇보다 아들이 정말 좋아하니까 저도 같은 마음이에요." "어머님께 정식으로 인사드렸을 때, 어떻게 보일지 정말 긴장했었죠. 만나 뵙고 나니 굉장히 따뜻한 분이셨어요. 긍정적인 에너지도 넘치시고요." 서로에 대한 첫인상이 곧 칭찬입니다. 깍지 낀 두 손이 듣기 좋은 덕담이 아닌 진심을 보여줍니다.
대전 가볼만한곳 둘. 자연이 베푸는 힐링, 인삼 시장과 보석사
대전에서 30분 정도 남쪽으로 내려가면 충남 금산군입니다. 금산은 평균 해발고도가 약 250m로 충청남도의 평균 해발고도보다 2.5배나 높습니다. 충청남도의 대표적인 산악군을 형성하고 있어 곡물 농사보다는 약초 재배에 더욱 적합한 지형이라고 합니다. 국제인삼시장, 수삼시장, 인삼전통시장 등이 몰린 전국 인삼의 집산지이기도 하죠.
일행은 인삼센터부터 방문했습니다. 좌판마다 크기별로 인삼이 가득 쌓여 있습니다. 숨 쉴 때마다 가득 들어오는 인삼 향에 절로 자양강장이 되는 듯합니다. 다시 조금 내달려 보석사로 향했습니다. 신라 시대에 창건된 보석사는 아득한 세월을 이어온 유서 깊은 곳입니다. 이곳에는 말 그대로 보석 같은 명물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수령 천여 년이 된 은행나무입니다. 대략 열댓 사람이 둘러서서 팔을 펼쳐야 기둥을 다 안을 수 있는 크기입니다. 긴 세월 이곳 사람들의 삶과 사연을 묵묵히 품었을 터.
잠시 나무에 기대면 여행자에게 더없는 쉼이 되겠지만 노령의 나무는 천연기념물 제365호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는 까닭에 보호 펜스 바깥에서만 볼 수 있습니다. 비단 은행나무뿐만이 아니다. 숲길에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은 나무들이 울창하게 서 있습니다.
"이렇게 걸으니까 어머니와 산에 올랐던 기억이 나요. 남자친구가 학군 장교로 복무할 때 함께 면회도 가고, 집 근처 산을 올랐었어요. 등산 중에 많은 얘기를 나눴는데 아들을 키우며 있었던 일 등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셨죠. 덕분에 남자친구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어요. 어머니 또한 더욱 잘 알게 되고요." 한 단계, 한 단계 이해의 층이 쌓일수록 관계에 깊이가 더해질 터. 젊은이들의 곁에 묵묵하게 서 있는 박정화 씨야말로 은행나무와 같은 어른입니다.
대전 가볼만한곳 셋. 꽃비가 내리는 금산
금산을 여행지로 결정한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이 계절에 다채로운 꽃을 만날 수 있어서입니다. 그중 일품은 산벚꽃. 요즘엔 지자체마다 앞다투어 벚꽃 거리를 조성해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데 이곳은 산 속에서 자생적으로 자라난 산벚꽃이라는 점에서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정취를 풍깁니다. 금산군 신안리 보곡산 일대는 1,000만㎡에 달하는 전국 최대의 산벚꽃 군락지입니다. 나무마다 윤기 나는 새잎으로 연둣빛, 초록빛을 채워가는데 그 사이사이 흰 벚꽃이 함께 물들어 한 폭의 점묘화를 완성했습니다.
"봄인데 산마다 하얀 눈송이가 내린 것 같네요!" 박정화 씨의 탄성 그대로 계절을 알 수 없는 듯 몽환적인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어디선가 휙 봄바람이 불어와 여린 꽃잎들이 마구 흩날립니다. 산바람인 탓일까, 바람의 세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하지만 그 덕분에 꽃비 한가운데 서 있게 되었습니다. 손으로 채 잡히지 않는 꽃잎을 온몸으로 흠뻑 맞는 두 여인. 세상의 경계에 서 있는 기분을 만끽합니다.
금산에는 산벚꽃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조팝나무, 진달래, 유채, 홍도화 등 온통 꽃 잔치입니다. 그중 특별히 금산에서 만날 수 있는 홍도화 마을로 향했습니다. 홍도화나무는 복사나무의 일종. 이름에서부터 붉은 꽃이 연상되는데 직접 마주한 홍도화는 나무마다 횃불처럼 붉게 타오르고 있습니다. 홍도화의 꽃말이 ‘사랑의 노예’라는데 과연 실물을 보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엄마의 사랑, 연인의 사랑이 하나의 꽃을 바라보며 교차합니다. 두 사람은 눈 호강을 제대로 하는 여행이라며 미소를 감추지 못했습니다. 금산의 소박한 시골 마을에서 즐긴 꽃 잔치. 그 낙원을 거닌 이들은 ‘누구의 무엇’이라는 수식어를 버리고 여자라는 공통분모를 가집니다. 봄 풍경의 주인공으로서 말이죠.
출처 : 사외보 아주좋은날 2014.05+06월호
<NATURE & ART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진 특별한 여행 이야기입니다>
글 :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