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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큐 인문학! 마음을 움직이는 네 글자의 힘, 사자성어

알 수 없는 사용자 2014. 4. 25. 17:59

땡큐 인문학! 마음을 움직이는 네 글자의 힘




사자성어는 고사성어라고도 하는데, 비록 짧은 네 개의 한자로 이루어져 있지만, 교훈이나 비유 등을 매우 함축적으로 담고 있어 일상생활의 대화 속에서도 널리 사용되었습니다. 또한, 사자성어는 고전에서 유래하기 때문에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요즘에도 정치인이나 학식이 풍부한 사람들이 자신의 의사를 함축적으로 표현할 때 사자성어를 많이 사용하는데, 이는 네 글자 속에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아는 것과 알지 못하는 것





<한비자>에 나오는 사자성어 가운데 요즘 직장인에게 교훈이 될 만한 것을 소개한다면 두 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첫째는 귀매최이(鬼魅最易)입니다. 이 고사성어는 "귀신이나 도깨비처럼 정확한 형체가 없는 것이 오히려 가장 그리기 쉽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속뜻은 "모르면 눈뜨고도 당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그림을 그리는데 어떤 것이 가장 어려운가?"


화공 가운데 제나라 임금을 위해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있었는데, 어느 날 제나라 왕이 물었습니다.


"개나 말을 그리는 것이 가장 어렵습니다."


화공이 답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것이 쉽단 말인가?"


왕이 재차 물었습니다. 그러자 화공은 다음과 같이 답했습니다.


"귀신이나 도깨비를 그리는 일이 가장 쉽습니다. 개나 말은 사람들이 모두 아는 것이고, 아침저녁으로 눈앞에 보이기 때문에 똑같이 그릴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어려운 것입니다. 그런데 귀신이나 도깨비는 형체가 없어서 눈앞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리기 쉬운 것입니다."




어찌 보면 브랜드 스토리를 만드는 일 또한 귀매최이와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직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새로운 브랜드를 만드는 일은 상상에 의한 것입니다. 아무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좋고, 나쁘고,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없는 새로운 자기만의 세계에서 만들어냅니다. 이것이 성공하거나 실패하거나 개인의 창작이라는 점에서는 매우 값진 것입니다.


인간이 경험할 수 있고 알 수 있는 일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어느 순간 자신이 알지 못하는 세계나 지식에 대해서는 전문 서적이나 유식한 사람의 말에 의존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것이 설령 거짓일지라도 밝혀낼 방법이 없기 때문에 그의 말을 모두 믿을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탁월한 판단력을 가졌거나 또는 지능이 높다고 한들 알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장사가 없습니다. 그래서 작정하고 속일 때는 눈 뜨고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모르면 눈뜨고도 당한다. 눈 뜨고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많이 알고 경험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공자는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즐겁지 않겠는가?"라고 말했습니다. 젊은 사람들은 배움을 즐거움으로 느끼지 못하지만, 나이가 든 사람들은 진실로 배움의 즐거움을 느낍니다. 따라서 좀 더 젊었을 때 배움에 대한 열의와 진심을 가지고 있다면 남보다 더 빨리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알지 못해서 당하는 일도 줄어들 것입니다.




약속 준수는 기본이다





두 번째는 살체교자(殺彘敎子)와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돼지를 죽여서 아들을 가르친다"라는 의미로 이는 자녀와 한 약속은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뜻입니다.




증자의 아내가 시장에 가려는데 어린 아들이 따라가겠다며 울었습니다. 그러자 증자의 아내가 말했습니다.


"너는 그만 돌아가거라. 내가 시장에 다녀와서 돼지를 잡아주마."


아내가 시장에 갔다가 돌아오자 증자가 돼지를 잡아서 죽이려고 했습니다. 흠칫 놀란 아내가 멈추라고 하며 말했습니다.


"단지 어린아이와 농담을 한 것뿐입니다."


그러자 증자가 말했습니다.


"어린아이와 농담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이오. 어린아이는 지각이 없기 때문에 부모를 보고 배우고 부모의 가르침을 듣는 것이오. 지금 부인이 거짓으로 속이면 이것은 아들에게 속임수를 가르치는 것이오. 어미가 자식을 속이면 자식은 그 어미를 믿지 않을 것이니 가르침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오."


그러고 나서 증자는 마침내 돼지를 잡았습니다.




증자가 자식에게 속임수를 가르치지 말라고 한 것은 부모가 모범을 보이지 않으면 자식들도 따라서 잘못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부모는 어떤 경우에도 자식을 바르게 인도해야 하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가정의 분위기도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작은 약속이라고 무시하고 지키지 않거나 수시로 약속을 남발해 자주 어긴다면 비록 어린 자식이라도 부모를 신뢰하지 않게 될 것이고, 가정에서 일어나는 일은 어떠한 것도 지켜지지 않을 것입니다.


약속은 아무리 하찮은 약속이라도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습관적으로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은 그 사람의 인품이나 도덕성에도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성공한 사람들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약속을 잘 지킨다는 것입니다. 시간과 약속은 가장 기본적인 일이기 때문입니다. 기본을 지키지 못하는 사람은 큰 일을 할 수 없고 신뢰를 쌓을 수 없습니다. 약속은 성실함과 연결되기 때문에 아무리 사소한 약속도 반드시 지키는 습관을 길러야 합니다.




여백의 미를 품은 사자성어



('함흥차사'의 유래에 얽힌 태조 이성계 어진 -출처 : 위키피디아-)



사자성어는 중국 고전에서만 유래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선조의 지혜를 담고 있기도 합니다. 심부름을 가서 아무 소식이 없이 돌아오지 않거나 늦게 오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함흥차사(咸興差使)라고 합니다. 이 말은 조선 초 태조 이성계와 아들 태종 이방원 간에 일어난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유래한 것입니다.


조선 초기에 이방원이 두 차례의 난을 일으켜 혈육을 제거하고 왕위에 오르자, 태조 이성계는 아들 방원에게 실망하여 고향인 함흥으로 가버렸습니다. 이에 태종은 태조에게 여러 차례 차사를 파견하여 궁궐로 돌아오기를 권유했으나 태조는 이를 거부하고 사신으로 오는 자를 모두 죽였습니다. 이후에 어디 갔다가 아무 소식도 없는 것을 함흥차사라 부르게 되었습니다.


이 밖에도 이전투구(泥田鬪狗)와 삼일천하(三日天下) 같은 말도 우리나라에서 유래한 사자성어입니다. 


사자성어는 함축적인 표현으로 인해 많은 말이 필요 없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자성어를 많이 알수록 자신의 뜻을 전달하기 쉽고, 또한 고품격 언어와 교양을 쌓는 지름길이 됩니다. 사자성어는 고전의 다양한 정보는 물론 역사, 문학, 시가 등 폭넓은 지혜가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사자성어를 통해 선현의 지혜를 접하게 되는 순간 삶이 풍부해지고 자신이 처한 문제의 명확한 해답을 보다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출처 : 웹진 Pioneer 131호(2월호) 땡큐! 인문학

 

글. 최영갑 (성균관대학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