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힘들 때 꼭 추천하고 싶은 감동적인 영화 BEST
삶이 힘들 때 꼭 추천하고 싶은 감동적인 영화 BEST
우리는 대개 일을 할 만한 능력을 갖췄기 때문에 직업을 가진다고 여깁니다. 하지만 어쩌면 우리는 일을 하면서 더 많이 배우고, 그 일에 적합한 사람이 되어가는지도 모르죠. 교사는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점점 더 교사다워지고, 경찰 역시 직접 그 일을 해나가면서 직업적 의무와 소명감을 더 절실히 느끼게 됩니다. 일은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일 중 하나인 셈이죠.
영화는 상상의 시각화를 허용합니다. 영화 속에서만큼은 나무가 말을 하기도 하고 우주를 여행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영화 속에는 기상천외한 직업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그것은 판타지나 SF 장르에서나 가능한 가상 직업일 때도 있지만, 현실 속에서 우리가 사는 이 지구 반대편 어딘가에서는 가능할 법한 제법 기발한 개연성을 가질 때도 많습니다.
감동적인 영화 추천 하나. 진실을 전달하는 일
영화 <스팽글리쉬>에 등장하는 멕시코 출신의 가정부도 그렇습니다. 남편을 잃고 앞으로 한 방울 이상의 눈물은 흘리지 않겠다고 다짐한 한 여자가 국경을 넘어 미국을 찾아옵니다. 그녀는 남미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을에 정착해 여전히 스페인어를 쓰며 지냅니다. 하지만 딸과 함께 지내기 위해 조금 더 높은 주급을 얻기 위해 ‘미국인’의 삶으로 들어갑니다. 미혼모인 훌로르는 영어는 한마디도 못하지만, 가정부 일을 해내는 데엔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그녀는 말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들의 가정이 처한 형편을 보이는 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입니다. 열 마디 말보다 한 번의 포옹이 더 큰 힘이 된다는 것도 그녀는 알고 있습니다. 하나둘씩 영어를 배우며 그녀는 자신의 삶과 그들의 삶 속에서 중요한 것, 즉 인생의 가치를 알아 나갑니다. 사실 그녀는 소박한 삶을 사는 도우미였지만 메마르게 사는 고용주보다 훨씬 더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직업이 무엇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즉, 얼마나 많은 돈을 버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딸의 향상되는 영어 실력에 그리고 딸을 공부시킬 수 있는 기쁨에 보람을 느끼죠. 훌로르는 일을 통해 세상의 따뜻함을 경험하고 그 따뜻함을 전합니다.
감동적인 영화 추천 둘. 유쾌함을 주고받는 일
영화 <언터처블>의 엉뚱한 간호사 드리스는 건강한 남성이면서 인간미가 물씬 풍깁니다. 수 억 이상의 재산을 가진 부자이지만 간호사를 고용한 주인 필립은 몸이 불편해 그저 자신의 몇십 억짜리 스포츠카를 바라만 볼 뿐입니다. 엄청나게 맛있는 음식조차 혼자서는 제대로 맛볼 수 없습니다. 상위 1퍼센트의 삶을 부여받았지만, 불의의 사고로 인해 몸을 제대로 쓸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전신 불구의 백만장자 필립은 누구든 간병인의 손길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하위 1%의 삶을 살아왔던 남자, 드리스는 호기심 반 관심 반으로 필립의 간호사 일을 해 나갑니다. 자석의 반대 극처럼 서로 다른 두 사람은 오히려 흥미로운 간접 체험이 되어줍니다. 애지중지하던 고급 스포츠카를 막무가내로 몰아대는 드리스의 돌출행동은 필립에게 오히려 가슴 시원한 대리만족을 선사합니다. 그는 움직임만 도와주는 간병인이 아니라 영혼의 조력자까지 되어 준 셈이죠.
감동적인 영화 추천 셋. 영혼을 보듬는 일
영혼의 조력자로서 등장하는 영화 속 인물은 <책 읽어주는 여자>도 들 수 있습니다. 연인에게 책을 읽어주던 콩스탕스는 “젊은 여성이 댁에서 책을 읽어드립니다.”라는 신문 광고를 냅니다. 그녀는 이기적인 장군의 미망인에게『전쟁과 평화』를 읽어주기도 하고, 일 중독에 빠진 사장에게 뒤라스의 『연인』을 읽어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6살 소녀에게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읽어줍니다.
그녀는 자신이 좋아하는 책 읽기를 직업으로 삼아 타인의 욕망 한 가운데까지 들어갑니다. 사람들은 마치 그러기를 바랐다는 듯 책 읽어주는 여자에게 자신을 드러냅니다. 콩스탕스는 책만 읽지만 듣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영혼이 어딘가 다른 곳으로 움직임을 느낍니다.
마지막으로 흥미로운 영화 속 직업 중 하나는 바로 ‘기억’이라는 인간의 숙제를 다루는 직업입니다. 기억은 인간이 자신의 과거를 구성할 수 있는 주재료이기도 하지만 기억 때문에 삶이 힘들 때도 있습니다. 영화 <이터널 선샤인>에는 기억을 지워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등장합니다. 그는 이상한 기계 모자 같은 것을 씌우고 잊고자 하는 기억들을 선별해 지워줍니다.
일을 하면서 자신도 행복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큰 기여까지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삶이 될 것입니다. 더구나 조금씩 외롭고 상처받은 영혼을 훈훈하게 보듬어 줄 수 있다면 그 직업은 내용이 무엇이든 아름답지 않을까요. 영화 <스팽글리쉬>의 훌로르나 영화 <언터처블>의 드리스 모두 본인의 필요에 따라 가정부나 간병인을 선택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직업인 이상의 한 인간으로 다가가 평온과 안식을 선물했습니다. 영화 <이터널 선샤인>의 기억을 지워주는 직업 또한 교통사고와 같은 트라우마를 겪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평온을 선사하는 것인지요.
사람은 제아무리 잘 나도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습니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그들의 일을 통해 그 사람이 누구이든 진심과 유쾌함과 사랑을 전달합니다. 그리고 그런 훈훈함이 이 세상을 살아갈 만하다고 느끼게 합니다. 먹고살기 위해 일하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일의 이면을 들추면 다양한 사람들과의 다양한 관계 속에서 희로애락을 느끼며 사는 우리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죠.
출처 : 사외보 아주좋은날 2014.03+04월호
<MOVIE FOR US 영화 속 여러 가지 직업과 사람 사는 이야기>
글 : 강유정(영화평론가・고려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