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과 친해지는 법
안녕하세요, 아주캐피탈 공식 블로그 '아주 특별한 하루'입니다.
클래식 음악과 친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공부에 왕도가 없는 것처럼 클래식 음악과 친해지려면 많이 듣는 것 외에는 왕도가 없답니다.
사실 클래식은 서양의 고급 예술 음악입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급 예술을 즐기기 위해서는 상당 기간의 훈련과 교육, 노력이 필요하지요. 그것이 바로 고급예술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어느 날 갑자기 클래식과 친해질 수 있는 비법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일 것입니다. 그저 많이 듣는 것, 이것이 정답인 것이죠.
클래식 음악의 '클래식(classic)' 즉, '고전'의 사전적 의미는 '오랫동안 많은 사람에게 널리 읽히고 모범이 될 만한 문학이나 예술작품'을 말하는데요, 음악 중에는 어떤 일정한 시대에, 일정한 지역의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져 동시대 사람들에게만 향유되다가 사라지는 것이 있는가 하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인류 모두에게 오랫동안 사랑받는 것도 있어요.
클래식 음악을 클래식 음악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것이 쓰인지 수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널리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기 때문이랍니다.
친해지려면 다가가라!
굳이 연주회장에 가지 않아도 CD나 DVD로 충분히 음악을 즐길 수 있는데요, 이 방법은 우선 직접 연주회장을 가는 것보다 훨씬 경제적이라는 장점이 있어요. 음반으로 음악을 감상할 경우, 실제 연주보다 음악적으로나 음향적으로 훨씬 완벽하게 다듬어진 연주를 들을 수 있답니다.
특히 협주곡이나 오페라의 경우, 실제 공연에서는 독주자나 독창자의 소리가 오케스트라에 묻혀 잘 들리지 않을 때도 있는데요, 음반은 녹음할 때 엔지니어가 알아서 독주자와 독창자의 목소리를 조절해주기 때문에 이런 애로점을 완전히 해결해 준답니다. 게다가 음반은 한 곡을 여러 차례 녹음한 후, 그중 최상의 것을 싣기 때문에 실제 연주보다 연주의 완성도가 높아요.
한편 오페라의 경우, 실제 공연을 보는 것보다 DVD로 감상할 때 훨씬 편한 점이 많은데요, 성악가의 목소리가 훨씬 잘 들릴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카메라가 알아서 성악가의 얼굴을 클로즈업해주기도 해요. 그러니 극장에서처럼 오페라 글래스를 들고 열심히 가수의 얼굴을 보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답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오랫동안 음악 감상을 하다 보면 연주회장에서 직접 듣는 음악이 시시하게 들릴 수도 있는데요, 아무리 연주를 잘해도 음반 녹음보다 완벽할 수는 없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실제 연주에는 아무런 장점이 없는 걸까요?
물론 그렇지 않답니다. 음악이란 단순히 음악 그 자체만을 듣는 것은 아니라 음악과 더불어 그것을 연주하는 사람을 듣는 것이기 때문이죠. 음반은 관객과 연주자가 함께 호흡하는 것이 불가능해요. 그러니 연주자가 연주하는 것을 직접 보면서, 그 손끝에서 우러나오는 소리를 듣는 것과 통조림처럼 언제나 똑같은 소리만을 반복하는 음반을 듣는 것과는 그 감동의 깊이가 서로 다르답니다.
뿐만 아니라 음반은 음향적으로도 현장 공연에 비해 열세일 수 밖에 없는데요, 아무리 녹음이 완벽하고, 아무리 훌륭한 오디오로 그 음을 재생한다 해도 그것이 현장음의 진실을 따라갈 수는 없는 법이기 때문이에요. 따라서 일단 CD나 DVD로 클래식과 친해진 다음, 직접 연주회장을 찾아 현장의 감동을 몸으로 느낄 것을 권해드릴게요.
클래식을 알기 전 피해야 할 한 가지
평소에 클래식 초보자에 적합한 곡을 추천해 달라는 말을 많이 듣는데요, 하지만 세상 모든 음악들이 그렇듯이 클래식 음악 그 자체에 어떤 순서와 단계가 있는 것은 아니랍니다. 한 명이 연주하는 피아노 소나타는 쉬운 곡이고, 여러 명이 연주하는 교향곡을 어려운 곡이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요.
음악을 감상하는 사람들은 그 음악이 양식적으로 어떤 발달 단계에 있는가에 따라 그 순서대로 단계를 밟아가며 음악을 즐기고 이해하는 것이 아니랍니다. 아주 복잡하고 정교한 기법으로 작곡된 음악이 쉽게 귀에 들어올 수도 있고, 반대로 아주 단순하고 쉬운 악상을 가진 음악이 어렵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우선은 자신의 취향에 가장 맞는 음악을 고르라고 말하고 싶어요. 첼로 소리를 좋아하는 사람은 첼로 곡부터 듣고, 웅장한 오케스트라 소리를 좋아하는 사람은 관현악곡이나 교향곡을 듣는 식으로, 말하자면 내 마음과 귀가 원하는 대로 클래식에 접근하라는 뜻이랍니다.
클래식과 친해지기 위해서 크로스 오버로부터 접근하는 방법이 효과적이라는 얘기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이것은 절대 반대에요. 왜냐하면, 크로스 오버는 크로스 오버일 뿐 절대로 클래식이 아니기 때문이죠. 크로스 오버는 클래식 음악 속에 스며있는 내공이 없답니다. 마치 표피만을 건드리는 것 같죠. 그래서 싱겁게 느껴진답니다.
예전에 TV 광고에서 슈베르트의 <보리수>를 크로스 오버 식으로 부르는 것을 들었는데요, 이 노래의 본질을 완전히 훼손시켰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슈베르트의 <보리수>는 절대로 그렇게 가볍게 부를 수 있는 노래가 아니랍니다. 이것은 하나의 예에 불과하지만, 크로스 오버에서 이런 식으로 원곡의 본질을 훼손시키는 것을 무수히 보았답니다.
마음과 귀가 원하는 대로
필자는 고급음악 지상주의자는 아니랍니다. 하지만 클래식은 클래식대로, 국악은 국악대로, 재즈는 재즈대로, 본연의 양식에 충실할 때, 그리고 그것이 가장 정통한 방법으로 연주될 때 본래의 가치를 빛내는 법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크로스 오버로 클래식에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클래식 음악이 멀게 느껴진다면 음악 이외의 다른 예술 장르를 통해 클래식과 친해지는 방법도 있어요.
그중 가장 효과적인 것이 클래식 음악이 나오는 영화를 보는 것이랍니다. 몇 년 전부터 클래식에 관한 강의를 하면서 클래식이 배경음악으로 삽입된 영화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접근했는데요, 의외로 좋은 결과를 얻었어요.
그냥 음악을 듣는 것보다 영상을 보면서 음악을 들으면 영상과 음악이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켜 그 감동의 깊이가 훨씬 크고 강렬해진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죠.
클래식 음악은 말 그대로 '클래시컬한 즐거움'을 준답니다. 클래식 음악에는 한때 유행했다 사라지고 마는 음악에서는 느낄 수 없는 공력이 숨어 있는데요, 아마 이 공력이 듣는 사람의 정신과 육체를 정화시키는 힘이 되는 것 같아요.
감성의 표피보다는 내면을 건드리고, 자기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 대해 숙연한 마음을 갖게 하는 클래식 음악. 많이 듣고, 많이 공부하면 그렇게 노력한 시간만큼의 '감동'이 가슴에 와 닿을 거예요.
아마데우스 (Peter Shaffer's Amadeus, 1984)
영화 <아마데우스>는 아마데우스의 스승이자 라이벌이었던 살리에리의 고백을 통해 모차르트의 전기를 볼 수 있는 영화로 "그는 나의 우상이었다! (He was my idol!")라고 외치는 살리에리의 고백과 함께 들려오는 곡은 'W.A.Mozart / Klavierstuck in F major K. 33B'로 모차르트가 1766년 10월, 즉 9살 때 작곡한 클라비어 소품이에요.
그 외에도 영화 <아마데우스>에서는 모차르트의 여러 음악을 들어볼 수 있어요.
불멸의 연인 (Immortal Beloved, 1994)
영화 <불멸의 연인>은 클래식의 거장 베토벤의 전기를 다룬 영화로 1827년 베토벤이 사망한 후 유언장이 발견됩니다. 그의 오랜 친구이자 비서인 안톤은 "내 모든 유산을 불멸의 연인에게 바친다."는 유언장을 발견하고, 유언을 지키기 위해 그의 옛 연인들을 찾아 나섭니다.
그가 만나는 3명의 여인, 그 여인들이 기억하는 베토벤의 모습이 곧 베토벤의 일대기가 되고 그의 음악세계를 구성합니다. 이 영화에는 피아노 협주곡 5번(황제)과 피아노 소나타 '월광' 등 클래식 명곡이 삽입되어 있어요.
영화 <파리넬리>는 18세기 유럽을 배경으로 활동한 전설의 카스트라토인 파리넬리의 젊은 시절을 그린 영화에요. 카스트라토란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3옥타브 반의 음역을 자유자재로 드나들 수 있는 천상의 목소리를 가진 가수를 뜻한답니다.
Lascia ch'io pianga (날 울게 하소서)는 파리넬리 최고의 클라이맥스로 유명해요.
출처 : 웹진 Pioneer 131호(2월호) 땡큐! 인문학
글. 진회숙 (음악 칼럼니스트, 전 서울시향 월간지 SPO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