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단] 2013년 인사, 노무 관련 Issue 정리 (2)
2013년 인사, 노무 관련 Issue 정리 (2) '전교조? 법외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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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아주캐피탈 블로그 소통단 서창범 매니저입니다. 어느덧 소통단으로써 다섯 번째 글을 쓰게 되네요. 날씨가 한창 더울 때 글을 시작했던 것 같은데 어느덧 따뜻한 이불 속이 그리워지는 겨울의 초입입니다. 모두 환절기 건강관리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지난 글에 이어 인사 노무 관련 주요 이슈를 정리해 보려 합니다.
경제 민주화라는 시대적 흐름으로 인해 관련된 이슈가 계속될 것 같다는 멘트로 지난 글을 마무리했었는데, 그와는 전혀 상관없는 방향에서 커다란 이슈가 발생했습니다. 전국 교직원 노조에 대한 행정당국의 법외노조 통보 사건이 그것인데요. 사안이 민감한 만큼 블로그의 소재로 적절치 않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인사, 노무 관련 이슈 정리라는 글이 외면할 만한 사안이 아닌지라 그냥 한 번 다뤄보려 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사건의 경과
10월 24일 고용노동부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에 ‘노조 아님’을 통보했습니다. 해직 교사 9명을 조합원에서 제외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이렇게 되면 전교조는 법에서 보장한 노동조합의 권리를 인정받을 수 없게 되고, 사무실 임대료 지원, 조합비 공제 등 재정적 기반 확보 등에 심대한 타격을 입게 됩니다. 이러한 당국의 조치에 전교조는 즉각 반발하여 법원에 법외노조 통보 취소 소송과 법외노조 통보 집행 정지를 신청했습니다.
법원은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전교조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가 정당한 것인지 아직 따져볼 필요가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외노조 통보의 효력을 인정한다면 나중에 전교조의 정당성이 입증된다고 해도 그때 가서는 회복하기 힘든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이로써 전교조는 1심 판결 전까지는 한시적으로 합법적인 노조활동을 이어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2. 노동조합이란?
근대적 자본주의의 3대 원칙은 '계약 자유의 원칙', '과실 책임의 원칙', '소유권 절대의 원칙입니다. 이 세 가지 원칙을 사용자와 근로자의 근로계약에 대입시켜 보겠습니다.
"일하다가 직원들이 죽거나 다쳐도 난 책임 없다. 우리 사회는 잘못한 사람이 스스로 책임을 지는 사회니까."
"직원들은 함부로 생산공정을 멈추거나 내가 소유한 작업장을 점거할 수 없다. 소유권은 절대적인 거니까."
이러한 원칙이 통용되던 산업사회 초기, 근로자들의 삶은 매우 피폐했습니다. 여성이나 아동들도 극악한 근로조건 속에서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고 그 과정 중에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쳤죠. 이러한 비인간적 상황에 대한 반성적 고찰이 결국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부정으로 이어졌고 수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사상에 매혹되어 사회주의 경제체제 지지자가 되었습니다.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국시로 한 국가들이 세계의 절반을 차지하던 냉전 시대가 바로 그 결과물이죠. 분단된 우리나라의 현실도 그 영향입니다. 한편으로는 근대적 자본주의 원칙을 수정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자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앞서 언급된 것보다는 좀 더 온건한 방식을 통해 상황을 개선해 보자는 움직임이었죠.
그러한 수정 자본주의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근로자에게 작업 도중 발생한 불의의 사고나 작업으로 인한 질병에 대하여는 사업주의 책임을 인정하고 국가와 사회가 안전망을 마련한다."
"근로자들이 본인들의 사회, 경제적 지위 향상을 위해 의사를 집단적으로 표출하는 과정 중에 제한적으로 사용자의 소유권을 침해해도 문제 삼지 않겠다."
즉 근로자는 근로자의 사회, 경제적 지위 향상을 위해
1) 단체를 형성할 수 있고 (단결권)
2) 단체의 형태로 사용자와 계약을 체결할 수 있고 (단체교섭권)
3) 교섭이 여의치 않을 경우 본인의 의사를 관철하기 위해 실력을 행사할 수 있다. (단체행동권)
는 것이죠.
이 세 가지 권리를 우리는 노동3권이라고 하고 이 노동 3권의 주체가 되는 조직을 노동조합이라고 합니다. 결국 노동조합은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건강한 형태로 발전시키기 위해 자본주의의 기본 원리에 수정을 가함으로써 탄생된 조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노동조합법은 다음과 같이 노동조합을 정의하고 있습니다.
4. "노동조합"이라 함은 근로자가 주체가 되어 자주적으로 단결하여 근로조건의 유지, 개선 기타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조직하는 단체 또는 그 연합단체를 말한다.
정리하자면 노동조합이란 ① 근로자가 ② 자주적으로 단결하여 ③ 근로조건의 유지, 개선 기타 근로자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조직된 단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전교조?
근로자들의 생존권과 인간다운 삶을 위해 노동3권을 인정한다 해도 아무 제한을 두지 않는다면 곤란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노동3권을 행사하고자 하는 주체가 공익적 목적을 위해 일하는 기관의 근로자이고 해당 업무의 중단이 사회적으로 큰 손실을 야기한다고 할 때가 그렇겠죠.
가령 병원이 파업을 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어떤 결과가 초래될까요? 크고 작은 불편을 떠나 당장의 생존을 보장받을 수 없는 환자들도 부지기수일 것입니다. 이에 따른 사회적 피해와 혼란은 상상을 초월하겠죠. 그래서 우리 법은 아래와 같이 노동3권을 제한적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노동조합법 제42조의2(필수유지업무에 대한 쟁의행위의 제한)
① 이 법에서 "필수유지업무"라 함은 제71조제2항의 규정에 따른 필수공익사업의 업무 중 그 업무가 정지되거나 폐지되는 경우 공중의 생명•건강 또는 신체의 안전이나 공중의 일상생활을 현저히 위태롭게 하는 업무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업무를 말한다.
② 필수유지업무의 정당한 유지•운영을 정지•폐지 또는 방해하는 행위는 쟁의행위로서 이를 행할 수 없다.
같은 이유로 공무원과 교사의 노동3권도 꽤 오랜 시간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이들은 국가와 사회의 구성원을 양성하는 공적 직무를 담당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이죠. 이 글의 주제라고 할 수 있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1987년부터 조직의 실체를 갖추고 있다가 결국 10년 이상의 시간이 지나 1999년에 이르러서야 그 합법성을 인정받게 됩니다.
물론 교육이라는 서비스의 사회적 의미와 공적 성격을 고려하여 별도로 교원노조법을 정해 관리하며 단체행동권은 인정되지 않고 있습니다.
노동조합법 제5조(노동조합의 조직•가입)
근로자는 자유로이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있다. 다만, 공무원과 교원에 대하여는 따로 법률로 정한다.
교원노조법 제8조(쟁의행위의 금지)
노동조합과 그 조합원은 파업, 태업 또는 그 밖에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하는 일체의 쟁의행위(爭議行爲)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4. 법외노조?
노동3권은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의 권리입니다.
헌법 제33조
①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
즉 자격이 인정되는 소수의 사람만 향유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 근로자라면 누구나 당연히 누리게 되는 권리라는 것이죠. 노동조합의 설립 절차가 허가제가 아니라 신고제라는 것도 바로 이러한 헌법 정신의 발현입니다.
제12조(신고증의 교부)
② 행정관청은 설립신고서 또는 규약이 기재사항의 누락등으로 보완이 필요한 경우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20일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보완을 요구하여야 한다.
이 경우 보완된 설립신고서 또는 규약을 접수한 때에는 3일 이내에 신고증을 교부하여야 한다.
③ 행정관청은 설립하고자 하는 노동조합이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설립신고서를 반려하여야 한다.
1. 제2조제4호 각목의 1에 해당하는 경우
2. 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보완을 요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간내에 보완을 하지 아니하는 경우 ...(후략)...
즉 신고서에 써야 할 것을 쓰지 않았다거나, 조직의 실체를 도저히 노조라고 볼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설립신고증을 3일 이내로 내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법외노조라는 건 결국 이러한 신고절차를 결한 노동조합, 또는 신고는 했으나 도저히 노조라고 볼 수 없어 신고증을 교부받지 못한 경우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는데요. 이미 1999년부터 14년간 합법 노조로 존재해 왔던 전교조가 신고를 안 했을 리는 없고 결국 도저히 노조라고 볼 수 없는 사유가 있다는 건데, 법에서 노조라고 볼 수 없는 경우는 이렇게 정의되어 있습니다.
노동조합법 제2조 4호 각목
가. 사용자 또는 항상 그의 이익을 대표하여 행동하는 자의 참가를 허용하는 경우
나. 경비의 주된 부분을 사용자로부터 원조받는 경우
다. 공제•수양 기타 복리사업만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
라.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다만, 해고된 자가 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의 구제신청을 한 경우에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이 있을 때까지는 근로자가 아닌 자로 해석하여서는 아니된다.
마. 주로 정치운동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
앞서 소개해 드렸던 노동조합의 정의를 상기해 보시면 이러한 결격사유가 쉽게 이해되실 겁니다. 가 목과 라 목은 ① 근로자가 주체가 되어야 하는 조합의 주체 요건을 훼손하는 것이고, 나 목의 경우는 ② 근로자가 자발적, 주체적으로 단결해야 한다는 자발성 요건을 훼손하는 것이 되며, 다 목과 마 목은 ③ 근로자의 사회, 경제적 지위 향상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는 활동 목적상의 요건을 훼손하는 것이 됩니다. 이번 행정관청에서 전교조에 법외노조 통보를 한 것은 이 중 라 목에 해당하는 경우가 되겠습니다.
5. 근로자가 아닌 자?
전교조에 대한 갑작스러운 행정당국의 법외노조 통보에 정치적 해석이 분분하기도 합니다만, 그런 얘기들이야 이 글의 주제가 아니니 접어 두기로 하고요. 법외노조 통보의 원인에 대해 간단하게 언급하고 글을 마무리할까 합니다.
고용노동부는 해직교사가 조합 가입자로서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는 전교조의 규약을 문제 삼았다고 합니다. “이미 해직되었으니 근로자가 아니고 근로자가 아닌 사람이 노동조합에 가입하는 것은 말이 안 맞는다.” 는 것이죠. 일견 타당해 보입니다. 1개월이라는 기간을 주고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도록 유도했다고 하니 절차적으로도 충분히 전교조를 배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논란의 여지는 남습니다. 일단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법에 각각 근로자가 어떻게 정의되어 있는지 살펴보시죠.
1.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말한다.
노동조합법 제2조(정의)
1. "근로자"라 함은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자를 말한다.
위에서 보듯 개별적 근로관계를 관장하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와 집단적 노사관계를 규율하는 노조법상의 근로자가 의미하는 바는 각각 다릅니다. 입법자는 왜 굳이 저렇게 해 놓았을까요? 근로기준법에 잘 정의되어 있는 것을 준용해도 되었을 텐데 왜 “임금, 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자”라는 표현을 힘겹게 창조해 낸 걸까요? 지금 잠시 잠깐 실업상태에 빠져 있더라도 자신의 노동력을 팔지 않고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잠재적 근로자까지를 노조의 가입 대상으로 보고자 하는 입법자의 의지가 반영된 것은 아닐까요?
금속노조와 같은 산별노조, 민노총 같은 전국단위 노조를 생각해 보면 근로계약이 전제되어야만 조합원 자격을 인정한다는 것은 더욱 의아하게 느껴집니다. 그 노조 조합원들이 전국의 모든 사업장에 취업을 하고 근로를 제공했기 때문에 조합원 자격의 정당성이 인정되는 것도 아니잖아요?
물론 사용자와 근로자가 각자의 이익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교섭과 쟁의행위의 과정에 제 3자가 아무런 진입 장벽 없이 개입할 수 있다면 그건 또 그것대로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제3자의 개입이 노사 상호 간의 불신을 야기하고, 분쟁의 과열을 낳아 결국 산업계의 평화를 저해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해직 근로자가 아무 상관없는 제3자라고 판단되어야 할까요? 조합활동이 원인이 되어 해고된 근로자가? 조합활동의 정당성을 조합이 주장하면서 해고된 조합원의 복직을 함께 주장하는 것은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6. 향후 전망
아직도 좌 편향 교육의 주체라는 협의를 쓰고는 있지만, 과거 전교조가 조직되고 왕성하게 활동하던 시기에 비해 우리 사회와 전교조가 정치적으로 탈색된 것은 분명합니다.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되고, 안정적 직장에 대한 선호도가 올라가면서 교편을 잡고 있는 분들의 면면도 과거에 비해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런데... 이번 법외노조 통보 사태가 전교조의 잊혀져 있던 결기를 부활시키고 있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법외노조의 길을 가면서도 끝까지 싸울 것이냐의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투표에서 투표율은 80%에 육박하고 찬성률도 70%에 이르렀다고 하니 말입니다. 정부가 굳이 무리하게 일을 추진하다 되려 노조의 전투력을 깨우고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집권 1년 차부터 노동계와 지나치게 각을 세우고 있는 건 아닌지 괜히 주제넘은 걱정을 해 보며 글을 마무리할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