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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에 표현된 남성성과 여성성 알고 계신가요?!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11. 14. 17:19

한옥에 표현된 남성성과 여성성 알고 계신가요?!


   출처 : 아주캐피탈 사외보 9,10월호


세련되고 쾌적하고 사람들도 붐비는 강남, 홍대, 명동 좋아하시죠? 저도 많이 좋아하는데요. 가끔은 사람들이 붐비는 곳 보다는 조용하고 눈과 마음이 편안해지는 삼청동, 인사동 등 조용한 곳을 찾게되는 데요. 오늘은 조용하고 편안한 곳과 잘어울리는 우리나라의 전통 건축물인 한옥에 대해서 알아볼까요?!


전통 건축물 한옥에 표현된 남성성과 여성성을 알고 계신가요?? 남성 중심의 공간인 사랑채와 여성 중심의 공간인 안채를 통해 살펴봅니다. 과거 그 공간의 주인공이었던 남녀의 관점에서 전통 한옥을 들여다보겠습니다!



자연을 담고 있는 집, 한옥


   출처 : 아주캐피탈 사외보 9,10월호


과거 전통 가옥 건축의 근본은 그 터를 중심으로 자연을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옛사람들은 특히 땅을 어머니의 자궁에 비유했습니다. 즉 땅은 평온한 공간이며, 땅이 제공하는 다양한 요소를 기반으로 성장하고 늙어 결국 땅으로 돌아갑니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터 잡는 일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고,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건축주는 이 과정에서 높은 곳에 올라 땅의 형태나 흐름을 파악하고, 산의 높고 낮음, 산자락의 경사도, 산과 산자락을 따라 흐르는 실개천, 하천, 강의 흐름을 살펴보는데, 이는 바람의 흐름과 물의 들고 나감을 파악하기 위함입니다. 이를 풍수라고 말합니다. 이처럼 땅에 지속해서 구애하는 과정을 통해 마을과 살림집 주변의 요소들과 대화를 나누게 됩니다. 가옥 주변의 자연은 가까이에 있는 것에서부터 아주 먼 곳에 있는 것에 이르기까지 다양합니다. 




남성성을 담고 있는 사랑채


전통 가옥의 구조는 사용하는 사람의 성별에 따라 공간이 분리됩니다. 여성은 주로 안채 중심으로 생활하고, 남성은 사랑채 중심으로 생활합니다. 안채와 사랑채 구조는 외부 환경에 대해 다른 방식으로 반응합니다. 남성들이 주로 사용하는 사랑채는 외부 요소에 적극적으로 반응합니다. 외부를 향해 개방적으로 열려 있습니다. 반면 여성들이 주로 사용하는 안채는 외부 요소에 소극적으로 반응하며 폐쇄적으로 닫혀 있습니다. 


사랑채    출처 : 아주캐피탈 사외보 9,10월호


하회마을 대종가인 양진당의 사랑채는 다른 종가처럼 남성 중심 공간으로 정면의 솟을대문을 통해 출입합니다. 솟을대문 좌우측 하인방은 어느 종가에서도 볼 수 없는 자연목의 휜 나무를 자신 있게 사용하였습니다. 양진당에 살았던 남성들의 성향을 엿볼 수 있습니다. 아침밥을 먹은 후 사랑마당을 거닐던 양진당의 남성들은 어떤 풍경을 보았을까? 든든하게 부른 배를 추스르며 무엇을 생각했을까? 외부 손님들에게 양진당의 얼굴 역할을 하던 솟을대문은 사랑마당에 서 있는 집주인의 심안의 틀이 되는데, 이곳을 통해 다양한 것을 받아들입니다. 주인은 대문간을 통해 수많은 사람이 오가는 것을 보았고,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따라 변하는 자연을 품었습니다. 그리고 출타할 때 이를 마음속에 품고 길을 나서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먼 길을 나선 양진당 남성들은 집으로 돌아오기 전까지 대문 앞에서 품었던 경관과 이상을 마음속에서 하나씩 꺼내어 보고 또 보았을 것입니다. 



여성성을 담고 있는 안채


남성 중심의 사랑채는 외부로 열려 있고, 여성 중심의 공간인 안채는 외부로 닫혀 있습니다. 위의 사진을 보시면 내외벽을 별도로 건물 앞에 조성하지 않고 중문간채의 두간에 돌아들어 가도록 출입을 꾸며 외부의 시선으로부터 안채를 보호하도록 했습니다. 즉 중문간채의 벽면이 내외벽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안채는 내외벽 역할을 하는 중문간채를 통해 은밀하고 폐쇄적인 여성적인 공간을 보살필 수 있게 되어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안주인이라고 해서 밖을 향해 있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그들도 바깥 세상을 바라봅니다. 다만 그것은 직접적이지 않고, 창이나 문이나 구멍을 통해서 밖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안주인도 사랑채의 바깥주인처럼 전면안행랑채 용마루 너머로 먼 산과 하늘을 품고 있고, 또한 안행랑채 대문을 통해 사랑채가 품고 있는 산을 품고 있습니다. 

안채와 사랑채가 다른 것은 안채가 품고자 하는 것이 사랑채보다 규모가 작을뿐입니다. 그리고 안채는 권위적인 면보다 안정감과 일상의 삶을 품고자 합니다. 안채의 안주인은 안행랑채 처마에 매달린 시래기를 통해 겨울날에 여름의 기운을 맛보고 음미하고자 했으며, 처마에 매달아 말린 곶감을 통해 가을의 기운을 맛보고자 했습니다. 곶감을 과거 고택의 자손들과, 오늘날의 자손들과, 미래의 자손들과 나누어 먹으며. 이외에 고택을 방문하는 나 같은 손님들과도 나누어 먹습니다. 이를 통해 고택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과거, 현재, 미래의 사람들과 소중한 만남을 지속시키며, 그들이 품고 있는 자연경관을 공유합니다. 안주인의 이런 마음가짐 때문일까요? 안채의 여성들, 측히 사분 차근차근 말씀하신는 종부의 어조에는 법접할 수 없는 기품이 느껴집니다. 

 



안채의 천정 사진   출처 : 아주캐피탈 사외보 9,10월호


여성 중심의 공간인 안채의 중정형 안마당은 사면으로 둘러싸여 있고 위로만 열려 있습니다. 이를 우리는 천정이라 하는데, 여성들은 천정을 통해 자연과 지구 밖의 무수히 많은 별과 우주와도 소통합니다. 즉 안채의 여인들은 그들의 세계 속에서 풍경의 틀을 이용하여 필요로 하는 것을 품었습니다. 그러나 두 공간에서 남성과 여성들이 품고자 한 것은 자연과 우주라는 점에서는 같습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남성들은 굵은 선을 통해 개방된 가치관의 틀을, 여성들은 섬세한 선을 통해 짜인 가치관의 틀을 이용해 세상을 수용하고자 했습니다. 



출처 : 아주캐피탈 사외보 아주 좋은날 9 ·10월호 (글. 정연상)


정연상은 국립안동대학교 건축학과 교수입니다. 운문사 대웅보전과 보탑사 3층 목탑을 짓고, 석박사를 공부했을 만큼 현장에서의 공부를 중요시 여깁니다. '한국 전통 목조건축의 결구법 맞춤과 이음'이라는 책을 출간했고, 한옥과 관련한 강연도 활발히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