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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의자 디자인 총정리! 함께 울고 웃는 반려 가구의 미학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10. 8. 12:10

독특한 의자 디자인 총정리! 함께 울고 웃는 반려 가구의 미학



해질 녘이 되어 그림자가 길어지면 의자는 눈빛을 반짝이며 바깥세상의 이야기를 들려줄 친구를 기다립니다. 주인의 하루가 즐거웠다면 폭신폭신한 의자 위에서 방방 뛰게 해줄 것이고 하루가 시련이었다면 양팔을 크게 벌려 넓은 가슴으로 포근하게 안아 줄 것입니다. 의자는 그 기능이 다할 때까지 아낌없이 주는 존재입니다.





‘그 무렵 의자는 네 발로 진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의자가 다리를 하나 더 가져야 할 이유는 없었습니다. 만물의 이치가 그렇듯 세 발이면 스스로 서 있기에 부족함이 없었죠. 의자가 다리를 하나 더 간절히 원했던 것은 개에 대한 콤플렉스 때문이었습니다. 의자는 개가 늘 부러웠습니다. 인간이 가는 곳이면 어디든 개가 따라나섰습니다. 인간과 개 사이에 싹튼 우정이 부러웠고 그들의 친밀한 관계에 시샘을 느껴야 했습니다(『인간과 사물의 기원』 중).’


목수 김진송 씨는 『인간과 사물의 기원』을 통해 역사적 발견이 아닌 상상력의 발견으로부터 사물의 기원을 추적합니다. 


‘의자의 기원설’ 또한 그렇습니다. 인간과 개 사이에 싹튼 우정이 부러워, 개를 꿈꾼 의자가 결국 네 발로 진화하게 되었다는 이야기. 그런데 다소 황당한 이 의자의 기원설이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오래 사용한 친숙한 의자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나무 밑동 의자처럼 반려자나 동무 같은 존재가 아닐까요? 소설에서 소년은 늙은이가 되어 나무 밑동에 걸터앉아 슬프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던 한때를 회상하며 나무에게 위안을 받습니다. 의자는 그 모양이 어떻든 어떤 가구보다도 사람과 감성적 교류를 많이 하는 사물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반려 의자의 수명을 연장하시겠습니까?




(출처 : http://2url.kr/9Sg)


   

<고객의 추억이 담긴 고가구에 섬유 조각들을 덧입히는 수공예 가구를 선보이는 디자이너  리사 와트모의 의자>


당신에게도 반려자와 같은 오래된 의자가 있나요? 그리고 그 의자의 수명이 연장되길 바라나요? 그렇다면 영국의 디자이너 리사 와트모의 의자를 만나보십시오.  리사는 영국 내에서 수공예품으로 생산되는 가구와 인테리어 소품을 디자인하고 직접 제작하는 디자이너입니다. 


(출처 : http://2url.kr/9Zv)



2005년부터 디자인 회사 스퀸트Squint Limited를 운영하며 고가구에 섬유 조각들을 덧입히는 방식으로 장식한 수공예 가구를 선보였습니다. 의자의 쓰임새를 되찾는 것은 물론 기억 저편으로 사라진 추억이 새로운 디자인을 통해 재창조됩니다. 리사에게 의자를 맡기는 고객이 늘고 있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물론 보이지 않는 추억을 디자인으로 재창조해내는 그녀의 탁월한 감각에 대한 값이 꽤 나가긴 하지만 말입니다. 

그녀의 클래식하면서도 펑키한 패치워크 가구를 찾는 고객들은 그녀의 디자인만큼이나 이야깃거리가 많고 추구하는 
문화 또한 다양합니다. 리사는 말한다. “조금 불완전한 것들에 마음이 끌려요. 훨씬 더 흥미롭거든요.” 완전하지 않은 여러 개의 조각들이 어우러져 비로소 개성 넘치는 하나가 되는 것. 빈틈 많고 변화무쌍한 우리 내면을 닮지 않았나요? 



물렁물렁, 동작에 따라 의자가 변해요!





의자에 몸을 파묻고 슬픔에 흐느끼거나, 의자가 흔들릴 정도로 깔깔깔 웃거나. 이렇게 우리는 의자에 몸뿐만 아니라 기쁨과 슬픔까지도 맡깁니다. 의자에 앉았던 사람의 흔적을 오랫동안 간직하는 것이 의자의 숙명일지도 모릅니다. 특히 콩 주머니 의자, 빈백Bean Bag은 앉는 이의 몸의 선이나 자세에 따라 유기적으로 변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인조가죽이나 천으로 만든 자루에 합성수지 알갱이로 속을 채운 빈 백의 기원은 이탈리아 자노타Zanotta사가 출시한 의자 사코Sacco에서부터 시작합니다. 1968년에 출시된 사코는 이탈리아 디자인의 독창성과 우수성을 높이 평가받은 획기적인 디자인으로 유명합니다. 


상류층이 향유하던 엄격한 미의 가치에 대항한 반문화 시위가 빈번하던 1960년대. 이 시기에 이탈리아의 젊은 디자이너 피에로 가티Piero Gatti, 체사레 파올리니Cesare Paolini, 프란코 테오도르Franco Teodoro는 팔걸이도 없고, 다리도 없고, 등받이도 없는 의자, 사코를 선보인 것입니다. 

물렁물렁하고 가볍기 그지없는 사코는 기존의 격식과 품위의 상징인 의자를 한낱 장난감처럼 만만하게 느껴지게 만들었습니다. 피에로 가티는 “사코는 만만한 특징 때문에 의자에 앉는 사람과 감성적 공유가 더욱 강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합니다. 자노타는 이 의자의 특허를 받으려고 노력했지만, 그것은 불가능했습니다. 처음 발상하기는 어렵지만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어, 현재 수많은 브랜드의 빈 백이 시장에 나와 있기 때문입니다. 유쾌함과 편안함의 대표 의자가 된 빈 백은 현재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디자인한 의자, 앉기만 해도 웃음보 터져요! 





생기발랄함, 유머, 자유분방함으로 웃음을 던지는 의자도 있습니다. 바로 아이들의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의자입니다. 어린이와 함께 하는 워크숍에서 아이들이 그린 의자를 바탕으로 실생활에서 사용되는 의자를 만드는 프로젝트 ‘드로잉 퍼니처’. 이는 2005년부터 매해 진행하고 있는 디자이너 이보영의 디자인 워크숍입니다. 


분명 재미와 엉뚱함으로 시작된 아이들의 그림은 의자가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기능과 인체공학적인 설계 등은 무시한 그림일 것입니다. 때문에 낙서 같기도 한 아이들의 그림을 구체화시키는 과정이 그리 녹록하지만은 않습니다. 

디자이너 이보영은 “아이들의 그림을 통해 어린이가 사용하는 의자를 어린이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어른들이 상상할 수 없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어낸다. 이미 존재하는 세상이지만 어쩌면 잃어버렸을지도 모를 세상을 보게 되는 것, 그것이 이 작업이 주는 행복이다”라고 말합니다.

다리가 많은 의자, 눈사람 얼굴을 연상시키는 가면이 의자 등받이에 꽂혀 있는 의자 등에 아이들은 환호합니다. 의자가 주는 즐거움과 실용성이 절묘하게 결합되었기 때문입니다. 작년 말 부산 시립미술관 주최로 진행한 워크숍에서 탄생한 디자인은 올해 초 어린이 워크숍 공간에 설치될 예정입니다. 아이들은 그곳에서 잘 모르는 친구가 상상한 세상이 담긴 의자에 앉아 함께 온 친구들과 즐겁게 떠들어 댈 것입니다. 앉기만 해도 웃음보 터지는 의자, 어른들의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해줄 의자를 아이들의 무한한 상상력에 기대해 봅니다.



출처 : 아주캐피탈 사외보 좋은날 (글. 김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