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쳐&트렌드] 영화 속 실화 - 다중인격장애 빌리 밀리건, 23아이덴티티
영화 속 실화 - 다중인격장애 빌리 밀리건, 23아이덴티티
내 안에 내가 아닌 또 다른 인격이 있다면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까요? 종종 드라마나 영화의 소재로 사용되는 다중인격은 한 사람이 둘 이상의 인격을 가지고 있는 해리성 정체감 장애라는 정신 질환입니다. 지난 2015년 방영되어 많은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킬미, 힐미'에 나온 7개의 다중 인격을 가진 주인공보다 더한 23개의 인격을 가진 남자 주인공을 다룬 영화 '23 아이덴티티'가 최근 크게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그저 영화 속에나 나오는 허구의 인물일 것 같지만 실존 인물인 '빌리 밀리건'을 모티브로 만든 캐릭터라고 합니다. 어떻게 한 사람이 이렇게 많은 인격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일까요? 영화 '23 아이덴티티'를 통해 살펴보도록 할게요.
영화 '23 아이덴티티' 줄거리 소개
영화 식스센스를 연출한 샤말란 감독이 최근에 내놓은 신작 '23 아이덴티티'는 23개의 다중인격을 지닌 남자 케빈(제임스 맥어보이)이 지금까지 나타난 적 없는 24번째 인격의 지시로 세 소녀들을 납치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영화입니다.
친구 생일파티에 참석한 '케이시(안야 테일러 조이)'는 친구 2명과 함께 친구의 아버지 차를 타고 귀가합니다. 트렁크에 짐을 넣는 친구 아버지를 차 안에서 기다린 케이시와 친구들은 운전석에서 낯선 남자 '케빈'이 앉은 것을 보고 기겁하는데요. 케빈은 3명의 소녀에게 수면 스프레이를 뿌려 기절시키고 지하실에 가둬버립니다.
시간이 지난 후 잠에서 깬 소녀들은 케빈과 마주하게 되고 그의 다른 인격인 '패트리샤'와 '헤드웍'을 만납니다. 그리고 자신이 만난 케빈이 케빈 자신이 아닌 '데니스' 라는 것을 깨닫고 혼란스러워 합니다. 이들은 밀실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발버둥치지만 메아리조차 돌아오지 않습니다. 케이시는 케빈의 다른 인격을 이용해 빠져나갈 궁리를 하게 되는데요. 케이시를 비롯한 소녀들은 23명이자 한명인 케빈을 피해서 무사히 밀실에서 빠져나갈 수 있을까요?
영화 '23 아이덴티티'의 내용은 단순합니다. 23개의 인격을 가진 환자가 3명의 10대 소녀를 납치해 그들을 불순하다고 정의하고 자신 나름대로의 심판을 내립니다. 그리고 23개의 인격들은 24번째 인격인 '비스트(beast)'를 언급하며 무서워합니다. 단순한 내용이지만 실제 24개의 인격을 갖고 있던 '빌리 밀리건'의 사례를 참고해 화제가 되었는데요. 식스센스와 같은 반전은 없지만, 소녀들의 납치와 탈출, 비스트의 출현과 쫓고 쫓기는 공포가 압도적이라는 평입니다.
영화 속 실제 인물, '빌리 밀리건'
그렇다면, 영화 '23 아이덴티티'의 실제 모티브가 된 '빌리 밀리건(1955~ 2014)' 은 어떤 인물이었을까요? 1977년 미국에서 수차례의 끔찍한 범죄들을 저질러 체포된 빌리 밀리건은 유년시절 양아버지의 학대로 인해 인격이 24개로 분열됐습니다. 두 개 이상의 자아가 번갈아 나타나는 현상을 흔히 '이중인격' 또는 '다중인격'이라 불리는데요.
정식명칭은 '해리성 정체감 장애(Dissociative Identity Disorder: DID)’ 입니다. 자아가 여럿으로 분리되고 따로 떨어지는 바람에 단일한 정체성을 보이는 데 어려움을 겪는 증상을 가리킵니다. 정신의학이 발달하기 전에는 '빙의(Possession)’라는 명칭으로 불리기도 했죠.
윌리엄 스탠리 밀리건은 1955년미국 오하이오 주 서클빌에서 2남 1녀 중 둘째로 태어났습니다. 그는 어려서부터 아버지가 도박, 음주, 우울증에 빠져 있는 걸 보면서 자랐는데요. 그가 네 살 되던 해 아버지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자살하고, 어머니는 전 남편과 재혼하게 됩니다. 그리고 계부인 챌머 밀리건에게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당하면서 다중인격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정신적인 충격을 받으면 본래의 자아를 보호하기 위해 새로운 인격이 등장하는 식 이었습니다.
이후 정신병원에 입원하거나 학교에서 퇴학을 당하는 등의 커다란 사건을 겪을 때마다 하나씩 새로운 인물이 그의 몸을 지배했는데요. 이렇게 만들어진 인격은 핵심 인격인 빌리(Billy)를 중심으로 아서, 레이건, 앨런, 타미, 대니, 데이비드, 크리스틴, 필립, 케빈, 월터 등 총 24개에 달합니다.
강간 납치로 수감되었던 빌리의 인격들을 가짜 연기로 의심하던 수사관들은 각각의 인격들의 전문성과 능력을 보고는 그의 해리성 정체장애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예를 들면 아서라는 인격이 그를 지배할 때는 아랍어와 아프리카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고 수학, 물리학, 의학을 전문가 수준으로 뽐내는가 하면 토미라는 인격을 전자제품을 능숙하게 다룰 줄 알았기 때문이죠.
여대생 3명을 납치해 금품을 빼앗고 강간을 저질렀던 인격은 아이러니하게도 19세 레즈비언 인격인 '아달라나'라는 인격으로 밝혀졌는데요. 실제로 밀리건은 재판 과정에서 범행 당시기억이 전혀 나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며 판사는 코닐리아 윌버를 비롯한 정신과 의사 7명의 증언을 기반으로 밀리건에게 정신 이상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와 같은 다중인격이 발생하는 원리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환자의 90%이상이 어린 시절 심각한 학대와 폭력을 겪었다는 공통점은 주목해 볼 만 합니다. 주체적으로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는 시기에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자아를 바꾸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는 것이죠.
빌리는 무죄판결을 받은 이후 10년에 걸쳐 정신과 치료를 통해 해리성정체성장애를 완치하게 됐으며, 2014년 12월 암 투병 중 59세의 나이로 사망했습니다. 그의 실화는 1981년 미국에서 ‘The Minds of Billy Milligan’이란 논픽션 소설로 출간됐으며, 국내에도 2007년 ‘빌리 밀리건’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돼 소개되면서 4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해리성 정체성장애의 사례로 언급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24개의 인격을 갖고 있던 ‘빌리 밀리건’의 실화를 모티브로 한 영화 '23아이덴티티'와 빌리 밀리건의 이야기를 소개해 드렸는데요. 우리 주변에 실제 이러한 장애를 앓는 사람이 있다면 무조건 피하기 보다는 원래의 인격으로 돌아오기까지 인내와 관심을 가지고 보호해 주는 것이 중요할 듯 하네요. 그럼 다음 번에도 재미있는 이야기로 여러분을 찾아 뵐 것을 약속 드리며 오늘의 이야기를 마무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미지출처
영화 스틸컷: 네이버영화
빌리 밀리건 사진: 구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