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도 운동이 되나요?
일상도 운동이 되나요?
남녀 할 것 없이 둘, 셋만 모인 자리면 어딜 가나 들리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바로 “요즘 자꾸 살이 쪄서 운동 좀 해야겠어”, “부쩍 체력이 떨어진 게 진짜 운동해야 하는데…” 하지만 언제나 결론은 시간도 돈도 들어 숨쉬기 운동 밖에 할 게 없다는 쓸쓸한 체념뿐. 그러나 이 농담 같은 말 속에 운동의 포인트가 숨어 있습니다. 숨쉬기도 충분히 운동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일상과 운동의 경계가 허물어진 요즘, 우리 삶 속에 일상화된 운동들이 꽤 많으니 일상속에서 효과가 확실한 진짜 운동들을 소개합니다.
애슬레저, 패션이 전부는 아니다
레깅스 차림이 분명한데 이상하게 스타일리쉬하고 경쾌해 보인다. 출근하는 무리들 속에 아웃도어 패션은 또 왜 이렇게 많은지. 목표를 향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하루하루가 정상을 향해 도전하는 등산과 다를 바 없으니 한편 이해는 되지만, 그래도 요즘 사람들의 패션에 스포티한 아웃도어 스타일이 너무 많은 게 사실이다. 이렇게 레저활동을 즐길 때나 볼법했던 스타일을 패션계에서 부르는 명칭으로 바로 '애슬레저(athleisur)'가 있다.
애슬레저란 ‘애슬래틱(Athletics)’ 즉, 운동과 ‘레저(Leisure)’의 합성어로 일상에서도 레저활동을 즐기는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용어. 1980년대 배드민턴을 비롯해 테니스, 에어로빅 등 건강 스포츠 붐이 일어나며 탄생했는데, ‘가벼운 스포츠’ 등으로 번역되는 것처럼 일반인들도 스포츠를 일상적으로 받아들여 손쉽게 레저와 같은 즐거움을 맛보자는 트랜드를 말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애슬레저룩이 요사이 절정을 이루고 있다는 것입니. 이제는 생활복을 넘어 외출복으로까지 자리잡았으니, 그만큼 현대인들이 생활에서 가벼운 활동을 즐기고 몸을 더 생각하며 신체의 자유로움을 고려하는 라이프스타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이런 트렌드에 힘입어 공공기관에서도 일상 속 운동을 적극 권장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엑티브 헬시 시티(Active Healthy City)’ 프로젝트입니다. '엑티브 헬시 시티'는 바쁜 일상에서 별도의 시간과 비용 투자없이 생활 자체가 신체활동이 되도록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것으로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시범사업으로 부산시가 채택됐는데, 부산시는 유동인구가 많은 도시철도 부산역 계단에 '일상이 운동이 되다'를 주제로 자연풍경 이미지를 랩핑, 시각적으로 매일매일 등산하는 기분을 느끼도록 했습니다. 대합실 기둥과 승강장 바닥, 발매기 하단에도 점프나 멀리뛰기, 균형감각을 테스트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승강장 어디에서든 놀이처럼 운동이 가능하도록 꾸몄습니다.
놀라운 것은 이런 변화와 관련해 시민 20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일상이 운동이 되다'라는 주제에 대해 실제로 82.5%가 공감했고, 건강계단은 77.6%가 평소보다 더 이용할 마음이 생긴다고 답했습니다. 마음만 굴뚝 같았는데 환경이 적극적으로 응답하니, 운동이 성큼 생활 속으로 더 깊이 들어온 셈입니다.
‘니트’, 입지 말고 양보하세요
흔히 활동량을 늘리는 것이 건강의 지름길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TV 리모컨을 소파가 아닌 TV 앞에 두고, 마트에 갈 땐 장바구니를 드는 것들은 운동일까요? 아닐까요? 겨우 이 정도 움직인다고 운동이 될까 싶지만, 이 또한 엄연한 운동, 이름하여 ‘NEAT(Non-Exercise Activity Thermogenesis, 비운동성 활동열생성)’라 부릅니다.
‘NEAT’란 특별한 식이요법 없이 일상생활 속에서 칼로리를 소모하는 운동방식. 앞서 말한 리모컨 위치를 바꾸는 생활 습관의 변화는 하루 열량 소비를 최대 30%까지 증가시킬 수 있고, 마트에서 장바구니를 들면 카트를 이용할 때보다 최고 1.8배까지 열량을 더 소모한다. 집안일 역시 30분 기준으로 청소는 60kcal, 걸레질은 120kcal, 손빨래는 84kcal, 빨래 널기는 90kcal까지 열량이 소모되니 편견만 버린다면 그야말로 운동이 되는 셈.
물론 직장에서도 가능하다. 사무실 안에서는 텀블러 대신 작은 컵을 사용해 자주 물을 마시러 다니고, 휴게실에서 동료들과 휴식을 취할 때는 앉기보다 서서 대화를 나누면 하체도 튼튼히 단련할 수 있고 더 많은 칼로리를 소모할 수 있습니다.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타이핑을 할 때 속도를 조금만 높여도 한 시간에 140kcal까지 소모할 수 있습니다. 이때 구부정한 자세보다 허리를 곧게 펴고, 허벅지 사이에 5cm 정도 두께의 책을 끼우고 긴장한다면 척추를 교정하는 스트레칭 효과까지 볼 수 있습니다. 일할 때 책상 위에 손을 놓고 손바닥과 손등으로 힘을 주는 것도 지방 연소는 물론, 팔 근육 단련에 도움이 됩니다.
사람의 건강은 기업의 생산성과도 연결된다는 연구 결과가 많습니다. 미국의 행동심리학자 짐 로허는 재임 기간이 9개월 이상 되는 중역 8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운동으로 22% 정도 체중 감량에 성공한 사람은 의사결정 능력이 70% 향상됐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제너럴모터스(GM) 역시 운동하는 근로자들 사이에서 업무에 대한 불만과 산업재해 발생률이 50% 감소, 손실 시간도 40%나 줄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흔히 천재와 바보는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하듯, 운동과 일상의 경계 역시 마음 한 끗 차이에 불과합니다. 당신의 일상도 충분히 운동이 될 수 있습니다. 아니 어쩌면 이미 운동이 되어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일상을 운동 아닌 운동으로 바꿔줄 방법들이 여기 있으니 이제부터는 건강해질 일만 남았습니다.
최소 투자, 최대 효율! 일상을 운동화하는 꿀팁
"그냥 숨만 쉰거니?"
사람의 가장 중요한 생명활동, 호흡. 물 흐르듯 공기를 마시듯 자연스러운 이 신체 반응도 운동이 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자세입니다. 앉거나 서 있을 때 척추를 바르게 펴고 호흡하는 게 중요한데, 이때 배꼽을 등쪽으로 바짝 당겨 유지하는 게 포인트입니다. 배꼽을 초인종 벨이라 생각하고 눌러 등쪽에 닿도록 붙인다고 생각하면 쉬운데요, 이런 호흡은 복부 가장 안쪽 근육인 복횡근을 자극해 운동을 하지 않고도 우리 몸의 중심인 ‘코어’ 근육을 단련해줍니다. 코어가 강화되면 팔과 다리에 힘을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고 충격 흡수도 더 용이해집니다. 호흡이 깊어지면 많은 양의 산소를 흡입해 근육이나 두뇌 활동도 활발해지니 일석이조입니다.
"수다는 뒷담화용이지"
힘든 일부터 고민, 자랑할 거리 등 마음도 열고 스트레스 풀기에도 제격인 동료들과의 수다는 직장 생활의 꽃 중 하나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수다 떨기를 뒷담화용으로만 생각했다면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일. 30분 수다에 39kcal가 소모되니 그야말로 놀며 운동하는 셈입니다. 여기에 자기계발이나 격려, 칭찬과 같은 긍정 메뉴를 수다의 메인으로 삼는다면 정신건강에도 도움될 것입니다.
"이제부턴 박수쳐!"
응원할 때나 축하할 때 누군가에게 보내는 뜨거운 마음, 박수. 두 손만 움직일 수 있는 간단한 이 동작은 건강을 챙기는 운동 효과까지 갖고 있습니다. 왼손과 오른손은 각각 좌뇌와 우뇌에 연결되어 있어 박수를 치면 뇌에 자극이 되어 두뇌회전에 도움이 되는 것입니다. 또한 손바닥과 손끝에는 수많은 혈관들이 모여 있어 혈액 순환을 도와 건강에도 이롭습니다. 동시에 39초 동안 박수를 치면 10m 거리를 왕복해 달린 것과 맞먹는 운동 효과가 있다는 사실. 잦은 통증이나 질환에도 도움이 되니, 짬짬이 아래 박수 치기 영상을 따라 하며 즐겁게 운동해보세요.
"열심히 일한 당신, 걸어라"
‘내과학기록(Archives of Internal Medicine)’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일주일에서 5일 이상 30분씩 산책을 하듯 걸으면 1년 이상 수명이 연장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 몸은 동일한 강도로 운동할 경우 6~8주면 적응해버리기 때문에 걷기는 속도를 바꾸거나, 뛰기나 언덕, 계단 오르기 등을 병행해야 효과를 지속시킬 수 있습니다. 계단을 오르는 걷기는 특히 운동 효과가 높은 방법입니다. 한 층을 계단으로 걸을 때마다 4kcal가 소모되는 것은 기본, 하체도 튼튼히 단련되고, 꾸준한 등산으로 노릴 수 있는 힙업과 폐활량 증진 효과를 얻을 수 있으니, 계단을 내 집 앞에 있는 ‘산’이라고 말하는 이유입니다. 업무 협조를 위해 층이 다른 타부서를 가야할 때도 엘리베이터보다는 산책 겸 걸어서 가보도록 해요.
출처 : 웹진 Pioneer 157호 (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