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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촉한 감수성에 젖어 들기 좋은 가을영화 추천 BEST

알 수 없는 사용자 2015. 10. 13. 15:11

촉촉한 감수성에 젖어 들기 좋은 가을영화 추천 BEST





하루 해가 저물 때마다 밤 공기는 더더욱 서늘해지고, 나뭇잎에 물든 단풍은 더더욱 붉고 선명해져 가는 요즘. 정말 가을에 찾아오긴 한 모양입니다. 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사색의 계절이기도 한데요, 오늘은 가을의 정취를 가득 담은 화면 속으로 깊이 몰입할 수 있는 가을영화들을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가을영화 추천 하나. 가을의 전설





첫 번째로 소개해드릴 작품은 영화 '가을의 전설'입니다. 이 작품은 미국 서부를 배경으로 세 형제의 사랑과 질투, 방황을 담은 서사극입니다. 퇴역한 러드로우 대령은 몬타나주 외딴 곳에 목장을 짓고 장남 '알프레드'와 둘째 '트리스탄', 막내 '사무엘' 세 아들을 키우며 삽니다. 성격이 다른 세 형제는 서로 깊은 우애를 키우며 성장하는데, 어느 날 외지로 유학을 갔던 사무엘이 약혼녀 '수잔나'를 데리고 나타나면서 형제 사이에는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이후 사무엘과 트리스탄은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고 영웅주의에 빠진 사무엘은 전장에서 목숨을 잃습니다. 수잔나에게 마음을 두고 있던 알프레드는 그녀와의 결혼을 결심하지만 수잔나는 트리스탄과 사랑에 빠지고, 배반감을 느낀 알프레드는 집을 떠나버립니다. 한편 전쟁에서 사무엘을 잃은 아픔을 여전히 떨쳐내지 못한데다 형에 대한 죄책감으로 트리스탄은 수잔나를 내버려둔 채 다시 집을 떠나 몇 년 동안 방황합니다. 그리고 방랑 중에 ‘우리의 사랑은 끝났으니 다른 사람과 결혼하라’는 편지를 수잔나에게 보내고, 결국 수잔나는 알프레드의 구혼을 승낙합니다. 수년 후 집으로 돌아온 트리스탄은 오랫동안 자신을 사모해온 하인 집안의 딸 이사벨과 결혼헤 두 아이를 낳게 됩니다. 


때마침 미국에서는 금주법이 시행되는데 트리스탄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밀주 제조로 돈을 벌지만, 경쟁 조직과의 갈등 과정에서 아내 이사벨이 죽는 사고가 발생합니다. 이들에게 복수를 가한 트리스탄은 결국 감옥에 갇히게 되는데, 수잔나는 감옥에 있는 트리스탄을 면회하면서 '사실 당신의 사랑을 차지하기 위해 사무엘과 이사벨 둘 다 죽기를 바랐노라'며 그에 대한 사랑이 여전함을 고백합니다. 그리고 자살을 선택합니다. 수잔나의 죽음 앞에서 알프레드는 트리스탄에게 “너에게 졌다”고 탄식하며, “나는 모든 법과 도덕과, 주님과 사람들의 말을 따르며 살아왔다. 하지만 너는 그 모든 걸 따르길 거부하였지. 그런데도 사람들은 너를 더 사랑하였다”고 고통스럽게 말랍니다. 



  

이 이야기는 1880년대 말부터 1960년대까지 살아온 트리스탄이라는 남자의 파란말장한 일대기를 '투스텝'이라는 인디언의 시각으로 그린 작품입니다. 야성이 깃든 한 인간이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과 그 가족들의 흥망을 그린 대서사시로 짐 해리슨의 원작을 에드워드 즈윅 감독이 연출한 작품입니다. 주인공 트리스탄은 자신이 사랑한 모든 이가 죽는 것을 지켜보며 끝내 장수합니다. 그러던 중 트리스탄은 1963년 9월, 사냥 중 곰과 장렬한 격투를 벌이다 사망합니다. 그의 무덤은 찾을 수 없고, 영화는 그를 언제나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서 살았던 사람으로 기록하며 끝을 맺습니다. 


참고로 '가을의 전설'이라는 영화 제목은 유명한 오역 사례에 해당합니다. 영화의 원제는 'Legends Of The Fall'로 여기서 '떨어지다, 쓰러지다, 빠지다' 등을 의미하는 '폴'(Fall)이 '가을'을 뜻하기도 하지만 작품에서는 성경적 의미에서 도덕적인 '추락'(Fall), 즉 '몰락'(Fall Low)도 의미한다는 점을 짐 해리슨의 원작 소설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와 스웨덴만의 'Fall'을 '가을'로 오역했다지만, 사실 이 영화는 가을과 굉장히 잘 어울리는 영화라 할 수 있습니다. 거칠고 야성적인 몬타나주의 자연과 트리스탄의 고독한 눈빛은 어쩐지 가을을 닮아 있습니다. '몰락의 전설'보다는 여러 면에서 느낌이 와 닿기도 합니다. 오역이긴 하나 어찌 보면 원제만큼이나 훌륭한 영화 제목인 듯 싶기도 합니다. 살면서 꼭 한 번쯤은 봐야 할 작품으로 아직 관람하신 적이 없다면 꼭 보시길 강력히 권해 드립니다.




가을영화 추천 둘. 시간여행자의 아내





두 번째로 소개해드릴 작품은 '시간여행자의 아내'입니다. 이 작품은 어디로 갈지 자신도 모르는 채 시간을 초월해 여행을 하는 인물인 '헨리'와 그를 평생 동안 사랑한 '클레어'의 시공간을 초월한 사랑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주인공 헨리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시간 여행을 해야만 하는 인물입니다. 갑작스러운 시간 이동 후에는 알몸으로 낯선 곳에 떨어지기도 하고, 추위에 떨다 경찰에 쫓기는 신세가 되기도 합니다. 그에게 시간여행은 축복이라기보다는 일종의 고난인 셈이죠. 그러던 중 헨리는 운명의 여인 클레어를 만나게 됩니다. 





헨리는 과거 여섯 살의 클레어를 만나 함께 점심을 함께하며 이야기를 나누며, 열여덟 살의 클레어와는 달콤한 첫 키스를 나눕니다. 결국 두 사람은 결혼에 골인하지만 클레어는 갑자기 시공간 속으로 사라지는 헨리를 한없이 기다려야 합니다. 결혼식을 치르던 동안에도 시간여행을 하는 헨리는 20대에서 40대를 넘나들며 현실과 과거를 오갔습니다. 이런 말도 되지 않는 상황 속에서 클레어는 헨리에 대한 사랑을 변함 없이 지키며 그를 기다립니다. 하지만 시도 때도 없이 시간여행을 하는 헨리 때문에 어떨 때는 한 마디 대화를 위해 20여 일이나 기다리는 경우도 생기고, 특히 유전적인 증상이 보이는 시간여행자의 운명이 아이에게도 이어지자 부부는 큰 위기에 직면합니다. 





평범한 부부 생활을 꿈꾸던 클레어에게는 특히나 더욱 참기 힘든 불행이 찾아온 것이죠. 하지만 이는 비운으로만 끝나지는 않습니다. 찡한 감동과 여운을 동시에 머금게 하는 동화 같은 엔딩을 마주하면 어느 정도 불편한 마음이 가실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는 관객으로 하여금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나 던집니다. 평생 동안 한 남자만을 바라보는 사랑이란 얼마나 깊고 큰 것일까? 라는 질문을 말이죠. 이러한 질문은 쉽게 연인을 만나고 헤어지는 요즘의 연애세태에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모든 역경을 함께 감내하고 그럼으로써 이겨내려 하는 사랑의 힘을 느껴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가을영화 추천 셋. 오만과 편견





세 번째로 추천해드릴 작품은 '오만과 편견'입니다. 이 작품은 영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여류 작가 제인 오스틴의 원작을 스크린 속으로 고스란히 옮겨온 작품입니다. 고전의 로맨스이지만 전혀 촌스럽거나 고리타분하지 않거니와, 오히려 톡톡 튀는 위트와 재치가 곁들어진 연애와 결혼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영국의 한 시골 마을, 베넷 가문의 다섯 자매 중 둘째 딸인 엘리자베스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을 믿는 자존심 세고 똑똑한 아가씨입니다. 어느 날 이 조용한 마을에 부유한 가문의 신사 빙리와 다아시가 찾아오고, 거기다 젊은 장교들까지 한꺼번에 몰려오자 베넷 부부는 딸들에게 알맞은 짝이 될 후보자들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침착하고 아름다운 맏딸 제인은 빙리의 마음을 얻는 데 성공한 반면 엘리자베스는 오만하고 잘난 체 하는 다아시를 만난 뒤 서로 끌리면서도 오해와 다툼을 반복하게 됩니다. 하지만 뚜렷한 이유 없이 빙리가 런던으로 떠나면서 제인은 절망하게 되고, 엘리자베스는 우연히 다아시가 별볼일 없는 가문 출신이란 이유로 빙리와 제인의 결혼을 반대했다는 것을 알게됩니다. 


한편 다아시는 재치 있고 영리하며 솔직한 성격의 엘리자베스에게 점차 이끌려, 비바람이 몰아치는 호숫가에서 가슴 깊이 담아뒀던 사랑을 고백하기에 이릅니다. 하지만 다아시를 오만하고 편견에 가득 찬 속물로 여기는 엘리자베스는 그의 청혼을 거절하고 맙니다. 그러나 막내 동생 리디아가 위컴이라는 젊은 장교와 사랑의 도피행을 벌이면서 엘리자베스는 서서히 다아시의 진면모를 알게 되고 그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되고, 서로에 대한 오해와 편견에 빠져 눈이 멀어있는 ‘엘리자베스’와 ‘다아시’는 과연 서로의 진심을 알고 사랑을 이루게 됩니다.





이 작품은 사회적 계급과 신분을 중시하던 18세기 잉글랜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사랑과 오해에 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영화의 포인트는 단연 유쾌한 연애사를 중심으로 두 남자의 미묘한 심리적 갈등이 아닐까 싶은데요, 이외에도 다양한 의상과 소품, 세트를 보는 재미가 매우 쏠쏠합니다. 


작품은 원작 소설의 무대와 시대 배경에 매우 충실한데요, 빙리의 집인 네더필드 파크로 등장하는 바실든 파크는 18세기, 캐서린 부인의 로징스 파크로 등장하는 벌리 하우스는 16세기 중반, 다아시의 펨벌리 저택으로 등장하는 채스워스 하우스는 17세기에 지어진 역사적인 건축물들입니다. 특히 채스워스 하우스는 개인 저택으로는 잉글랜드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합니다. 이와 같은 뒷 배경을 살펴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니 놓치지 마시고 작품을 천천히 음미해보시면 좋을 것 같네요.




가을영화 추천 넷. 원데이






마지막으로 소개해드릴 작품은 '원데이'입니다. 1988년 7월 15일 대학교 졸업식 날, 엠마와 덱스터는 둘도 없는 친구 사이가 되자고 약속합니다. 하지만 삶의 목표가 확고하고 순수한 엠마와 부잣집 아들로 자라 세상을 즐기고 싶기만 한 덱스터는 시간이 갈 수록 정 반대의 길을 걷게 됩니다. 둘은 다른 날에도 만났겠지만, 영화는 20년 동안 반복되는 7월 15일을 비춰주는데요, 엠마는 식당 웨이트리스에서 교사를 거쳐 베스트셀러 아동 소설 작가가 되고 덱스터는 유명 TV쇼 사회자가 됩니다. 하지만 덱스터는 엠마에 대한 그리움과 타고난 방탕기로 인해 폐인이 되다시피 하죠.



 



둘은 둘도 없는 친구 사이가 되자는 약속을 깨지 않으려고 애를 써가면서 관계를 유지해가는데요, 세월이 흐르면서 엠마는 연인을 만들고 덱스터는 결혼해 딸까지 낳지만 서로를 잊지 못해 그리워합니다. 그리고 처음 만난 지 20년이 되어서야 둘은 서로가 진정한 영혼의 동반자임을 깨닫습니다. 영화는 참 사랑을 느끼는 순간 그 것을 놓치지 말라고 경고하듯이 끝을 맺습니다.


20번에 걸친 7월 15일의 하루를 보여주면서 영화는 보이지 않는 고리로 단단히 얽힌 두 남녀가 서서히 사랑이 싹트는 과정을 차분히 응시합니다. 작품의 줄거리 외로,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20년의 세월을 그리고 있는 만큼 영화 속에서도 등장인물의 나이와 시대배경의 변화가 고스란히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매년 유행하는 노래와 의상, 헤어스타일 등에 변화를 줌으로써 잔재미를 더할 뿐 아니라 런던과 파리를 비롯한 50여 곳의 로케이션으로 보여주는 그림과 같은 영상미가 가히 일품입니다. 올 가을, 아무 생각 없이 소위 '가을 느낌'에 취해보고 싶은 분들께 추천해드릴 만한 작품이니 아직 안 보신 분들은 꼭 한 번 관람해보시기 바랍니다. 




이미지 출처 


영화 포스터, 스틸컷 : 네이버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