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의 독창성에 문제를 제기하다
미술의 독창성에 문제를 제기하다
<©McGran Jackson meets Rodin>
1979년 프랑스 출생의 거리미술(Graffiti Art) 작가 걸리(Gully). 그는 ‘빌려온다’는 의미의 ‘차용미술(Appropriation Art
)’을 접하면서 길거리 벽화 그라피티 작업에서 캔버스로 작업을 옮겼습니다. 기존의 이미지나 오브제를 작품에 사용하는 ‘차용’은 포스트모던 사진가들과 모조주의 미술가들의 작업에서 널리 사용되어 온 전략입니다.
차용미술은 모더니즘의 기본 전제인 독창성과 순수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비판적 전략으로 모던 아트 이후 동시대 미술의 가장 주도적인 양식이 되었습니다. 걸리의 차용은 미술 내부에서 참조 대상을 찾습니다. 단순히 모더니즘 미술 이미지를 차용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작품을 바라보는 20세기 관람자와 다시 이 관람자를 지켜보는 현재의 관람자 사이의 거리를 조명하죠. 작품과 감상자가 작품 내에 함께 존재하는 걸리의 작품에는 감상자가 관찰자가 되어 작품 안의 인물들이 작품을 감상하는 태도를 엿보게 유도하는 그만의 독특한 구도를 설정하고 있습니다.
차용한 과거의 작품을 현재로 끌어내다
<Gully meets Magritte>
재미있게도 걸리는 공식 석상과 개인전 참석을 일체 자제하고 공공장소에 위장을 하고 다니며 자신의 정체를 미스터리로 지키고 있습니다. 이렇게 작가가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기를 거부하는 것은 창조자인 작가로부터 작품을 분리하려는 태도로 보여져 흥미롭습니다.
걸리는 미술사에서 높이 평가되어 온 명화들을 당대의 시대적 맥락에서 이탈시킵니다. 그것을 새롭게 재구성하여 좀 더 현재와 연관된 맥락에서 해석이 가능할 수 있게 과거의 시간에서 작품을 독립시키고자 합니다. 시간적 공간적 배경을 초월하여 한 화면 안에 서로 다른 시대의 차용된 작품들이 그려집니다. 그리고 작가는 이 작품을 관찰하는 감상자의 의식을 탐구하여,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시각예술이 관람자의 의식에 스며드는지를 재치 있게 표현합니다.
친숙함과 비판성을 결합한 걸리의 작품은 미술의 ‘독창성’이란 개념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관객들의 인식을 작품의 안과 밖으로 이끌어냄으로써 관람자로 하여금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였던 이미지의 의미들을 현재의 맥락에서 새롭게 바라보도록 하는 것입니다. 즉 작가는 새로운 작품을 창조하기 위해 기존의 작품을 차용하여 작가 서명, 지적 소유권, 진품의 의미를 전복시키고 있습니. 걸리의 작품은 우리로 하여금 작품이 탄생된 시대와 문화적 배경에서 벗어나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한 감성으로 작품과 이야기나누기를 바랍니다.
출처 : 사외보 아주좋은날 2015. 여름호
ABOUT COVER 표지 작품 이야기를 통해 작가의 예술 세계와 만납니다
글・제공. 오페라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