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면 커지는 가치, 공유경제
나누면 커지는 가치, 공유경제
지난해 말 콜택시와 비슷한 차량공유서비스 '우버(Uber)'가 총 12억 달러 규모의 투자 유치를 받는 과정에서 기업 가치를 410억 달러(약 45조 원)로 평가 받았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45조 원은 우리나라에서는 삼성전자에 이어 시가총액 2위를 차지할 수 있는 엄청나게 큰 돈입니다. 당시 우버는 주변에 있는 우버 기사가 식료품과 의약품을 배달해주는 우버 코너 스토어, 자전거나 도보로 택배를 해주는 우버 러시를 론칭하는 등 영역을 발 빠르게 늘렸습니다. 서울시가 우버를 불법으로 간주하며 우리나라에서는 한발 물러섰지만 다가올 공유경제의 미래까지 멈출지는 모를 일입니다.
'공유경제(共有經濟, sharing economy)'라는 말은 2008년 미국 하버드 법대 로런스 레식 교수에 의해 처음 사용된 말입니다. 한 번 생산된 제품을 여럿이 공유해 쓰는 협력 소비를 기본으로 한 경제 방식을 뜻합니다. 개인이 물건을 소유할 필요 없이 필요한 만큼 빌려 쓰고, 자신이 필요 없는 경우 다른 사람들에게 빌려 주는 공유 소비의 다른 말입니다.
공유경제란 말은 없었지만 우버와 비슷한 개념의 비즈니스는 인터넷이 보편화된 1990년대 말부터 이미 등장했습니다. 미국에서 카쉐어링 서비스로 유명한 짚카(Zip Car)가 1999년 등장한 게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빈 방을 여행객에게 빌려주는 에어비앤비(Air BnB)가 2007년 말 등장하기 이전에도 카우치서핑(CouchSurfing)이란 서비스가 이미 존재했습니다. 그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미국인들은 창고 세일을 통해 중고 물건을 사고 팔고 서로 바꿔 쓰는 데 익숙해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하필 2008년에 공유경제가 주목을 받기 시작했을까요?
당시는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인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에 충격파를 전해 개인들에게 소비 여력이 별로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때 아껴 쓰고, 나눠 쓰던 습관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공유경제가 확산되는 밑거름이 됐던 것입니다. 또 1인가구가 늘어나 물건을 소유할 필요가 없는 사람이 많아지고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면서 주문하기 편해진 까닭도 한몫 했습니다.
어째됐든 에어비앤비와 우버식 공유경제 모델은 일반인들에게 큰 인기를 끌게 됐고 2011년 시사주간지 타임(TIME)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10가지 방법' 가운데 하나로 공유경제를 꼽을 정도로 화제가 됐습니다. 글로벌 컨설팅회사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전 세계 공유경제 규모가 오는 2025년에는 3,350억 달러나 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습니다.
멋진 신세계 VS 새로운 파괴자
우리나라에서도 미국 짚카와 비슷한 카쉐어링 업체 쏘카(SOCAR) 같은 벤처기업이 속속 등장하는 한편 지방자치단체 중심으로 노인-학생의 룸쉐어링, 시간제 자전거 임대 등 공유경제 비즈니스가 생활 속에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유경제 활성화가 과연 바람직한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합니다.
쵝느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에 참석한 아룬 순다라라잔 뉴욕대 스턴 경영대학원 교수는 "개인 간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상거래의 기반이 달라진 것, 공유를 통해 노동과 자본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 된 것, 소비자와 판매자의 경계가 무너진 것이 공유경제의 핵심"이라고 진단했습니다. 한마디로 기업이 아닌 개인이, 목돈이 없어도 경제 활동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경제 전체의 효율성이 극대화된다는 논리입니다. 에어비앤비 사례를 예로 들면 집 주인은 남는 방으로 돈을 벌어서 좋고, 빌려 쓰는 사람은 돈을 아껴서 좋으며 지역주민도 관광객이 늘어나기 때문에 좋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공유경제가 가치파괴적이란 반론도 있습니다. 에어비앤비의 경우 글로벌 호텔 체인 메리어트와 비슷한 120만 건의 방 임대를 하고 있지만 전체의 3분의 2가 아파트를 통으로 빌린 후 임대를 하는 기업형이라 기존의 호텔 산업만 죽이고 있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게다가 호텔 산업에 엄격하게 적용되는 각종 규제는 받지 않아 소비자 안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우버 서비스가 확대될 경우 오랜 시간과 돈을 들여 면허를 딴 택시 사업자들은 모두 길거리로 나앉아야 할 판이고, 규제 사각지대에서 우버 차량이 각종 범죄에 활용될 여지도 많습니다. LA타임스는 최근 카쉐어링 서비스와 자율주행자동차 개발로 인해 10년 뒤 자동차 생산량이 10% 줄고 25년 후에는 대도시로의 인구 집중과 대중교통 발달, 공유경제 등의 원인으로 인해 현재 절반에 해당하는 소비자만이 자동차를 구입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습니다.
'숨은 정보'를 알려주는 게 성공의 핵심
공유경제가 인류의 미래를 어떻게 바꿔놓을 지 지금 예측하기는 힘들지만, 한 가지는 확실해보입니다. 앞으로 수많은 공유경제 비즈니스가 등장할 것이란 점, 그 중에서 아주 소수만이 살아남을 것이란 점, 그리고 살아남는 소수는 공유경제의 기본에 충실한 비즈니스일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공유경제의 기본은 무엇일까요?
우리나라처럼 재화와 서비스를 빠른 시간에 쉽게 구할 수 있는 나라에서는 공유경제 특성 가운데 하나인 '정보의 비대칭 해결'이 가장 중요 해옵니다. 다시 말해서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정보를 나눠주는 것입니다. 택시 기사들은 "예전에 비해 손님이 없다"고 하지만, 정작 승객이 택시를 잡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휴가철 해운대에서는 바가지 요금을 감수하고 방을 구해야 하지만, 정작 해운대 고층 아파트 주민들은 다른 곳으로 여행을 떠나 빈집이 많습니다. 이런 정보의 비대칭을 해결해주는 게 바로 우버와 에어비앤비였습니다.
하지만 기존 경제의 틀에서 공유경제 비즈니스를 대체할 사업도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최근 카카오택시가 등장해 주변 택시를 몇 분 기다리지 않고 바로 부를 수 있게 된 것이 그렇습니다. 우후죽순 생겨난 호텔 관련 앱들은 보다 싼 가격에 빈 방을 찾아 알려줍니다.
공유경제의 핵심은 정보 비대칭 문제를 풀면서 재화와 서비스를 나눠 쓰는 새로운 비즈니스라는 데 있습니다. 앞으로 어떤 비즈니스가 등장할 지 궁금합니다.
출처 : 웹진 Pioneer 148호 (7월호) 글 | 조시영(매일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