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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쇼,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말한다

알 수 없는 사용자 2015. 5. 27. 11:16

모터쇼,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말한다





세계 최초의 자동차는 어떻게 등장했을까요? 정답은 1886년, 독일의 칼 벤츠가 만든 '페이턴트 모터바겐'이라는 삼륜차가 그 주인공입니다. 그렇다면 세계 최초의 모터쇼는 언제 시작했을까요? 놀랍게도 자동차의 등장 이후 겨우 11년 뒤인 1897년입니다. 독일 베를린에서 시작된 이 모터쇼는 1952년부터 프랑크푸르트로 전시 장소를 옮긴 이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로 이름 붙여졌습니다. 이후 프랑스가 1898년 파리오토살롱을, 미국이 1899년 북미 국제 오토쇼(디트로이트 모터쇼)를, 이탈리아가 1900년 토리노 모터쇼를, 영국이 1903년 버밍엄 모터쇼를 개최하는 등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머터쇼를 개최하기 시작했습니다.




자동차 벤처를 키운 초기 모터쇼의 힘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 유럽과 미국에는 수많은 자동차 공장들이 우후죽순 들어섰습니다. 필자가 지난해 방문한 이탈리아 토리노에 위치한 피아트 박물관에 붙어 있는 당시 토리노 지도를 보면, 한 블록당 거의 하나씩 브랜드 자동차 공장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2000년대 초 서울 테헤란로 주변 빌딩마다 IT벤처들이 속속 등장한 것과 비슷한 모양새였습니다. 1세기 전 유럽에서는 기술로 승부하는 '자동차 벤처'의 시대가 열렸던 셈입니다.


자동차 벤처 기업들이 고객에게 새로 만든 자동차와 자사 기술력을 뽐내기 위해 만든 게 바로 모터쇼입니다. 고아고 수단이 기껏 신문밖에 없던 시절이니 모터쇼는 꽤 인기 있는 여행 상품이기도 했습니다. 당시 잘 나가는 자동차 벤처들이 모인 도시에 모터쇼가 하나씩 생겨난 이유이기도 합니다. 지금도 모터쇼에 등장하는 기업들이 가장 많이 노리는 효과가 바로 신차 마케팅과 기술력 과시입니다. 세월이 지나도 모터쇼의 본질은 바뀌지 않은 셈입니다.


이처럼 곳곳에 생겨난 모터쇼를 기반으로 이미 20세기 초반에 벤츠, 다임러, 푸조 등이 업계를 이끌며 선두주자로 부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모터쇼에는 완성차 메이커뿐만 아니라 자사 기술력을 자랑하기 위한 부품 회사들도 속속 등장했습니다. 




자동차와 전자의 하이브리드 시대



  

올해 1월 세계 최대 가전 쇼인 'CES 2015'가 열리기 하루 전날인 1워 5일 밤 '잭'이란 이름이 붙은 '아우디 A7 자율주행 콘셉트카'가 미국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를 출발했습니다. 도심을 거쳐 고속도로에 진입한 A7은 CES가 열리는 라이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 다음날 새벽 6시에 도착했습니다. 총 900km 거리를 자율 주행하는 데 성공한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A7 무인 자동차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아우디는 또한 CES의 언론설명회에서 LG전자가 개발한 스마트 워치로 차를 불러내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아우디 사례에서 보듯 올해 CES의 화제는 단연 자동차였습니다. 총 다섯 명의 기조 연설자 가운데 두 명이 메르세데스-벤츠와 포드 최고경영진일 정도였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자율 주행차를 선보였고 도요타는 5,600여 개 전기차 특허를 2020년까지 공개한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씁니다. CES가 가전 쇼인지 모터쇼인지 구별이 가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그만큼 자동차의 미래가 전기차와 전자 장비에 있다는 방증이었습니다.




모터쇼에 애플과 구글 등장 임박



애플은 지난 2월 회사 사업 목적에 전기차를 추가했습니다. '타이탄'이란 이름의 전기차 프로젝트에는 세계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 테슬라에서 영입한 50여 명이 투입됐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구글은 지난 2010년부터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에 나서 이미 시제품을 출퇴근용으로 시험주행하고 있습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IT 기업이 자동차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셈입니다.


애플과 구글뿐만이 아닙니다.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 분야 세계 1, 2위인 삼성과 LG도 조용히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습니다. LG전자의 경우 2013년 자동차 부품 사업을 전달하는 VC사업본부를 출범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피아트-크라이슬러 지주사의 사외이사를 맡고 있습니다. 두 회사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애플과 구글 전기차 프로젝트를 따라잡을 수 있다는 게 기술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이제 가전쇼와 모터쇼를 한날 한시에 동시에 여는 시대도 멀지 않았습니다. 미래는 늘 엉뚱한 데서 찾아오는 법이니 말이죠.




명실상부, 자동차를 위한 축제 '2015 서울모터쇼'





세계 4위 자동차 생산국, 한국 대표 모터쇼 중 하나이자 세계자동차공업협회(OICA)가 인정한 공인 모터쇼, 서울모터쇼가 '기술을 만나다, 예술을 느끼다'를 주제로 지난 4우러 2일부터 12일까지 열흘간 열렸습니다. 특히 올해는 10회째를 맞아 역대 최대 규모로 개최돼 화제를 몰았죠. 32개 국내외 완성차 브랜드와 부품 및 용품 131개사, 튜닝 18개사, 이륜차(자전거 포함) 4개사 등 총 190여 개사가 참가해 370여 대의 차종을 전시했고 세계 최초로 공개된 월드 프리미어도 7종이나 됐습니다.


그 중 한국지엠은 총 3,200㎡ 규모의 '쉐보레 파빌리온'을 마련, 쉐보레 제품과 알페온 등 총 27대의 차량을 전시하는 한편 신형 '4세대 스파크'를 선보이며 경차 시장에서의 강력한 돌풍을 예고했습니다.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 역시 

종의 '한국 최초 공개 차량'을 포함, 스페셜 비히클 오퍼레이션(Special Vehicle Operations, 이하 SVO)이 제작한 전략 차종 등 미래 제품 전략을 공개해 관심을 끌었는데, 각 브랜드의 새 엔트리 모델인 재규어 'XE'와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가 메인 무대에 오르며 재규어 랜드로버가 제시하는 미래 전략을 한눈에 가늠할 수 있게 했습니다. 


이번 2015 서울 모터쇼는 주제에 걸맞게 '기술'과 '예술'이라는 두 가지 요소로 자동차에 첨단 기술뿐만 아니라 디자인, 감성, 장인정신 등 예술적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전시와 부대행사 등을 다양하게 준비하며 '자동차'가 주인공이 된 명실상부한 축제가 되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컸습니다. 




출처 : 웹진 Pioneer 146호 (5월호)  글 | 조시영(매일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