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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알아보는 행동 심리학 "하지 말라고 하면 왜 더 하고 싶을까?"

알 수 없는 사용자 2015. 4. 14. 10:00

쉽게 알아보는 행동 심리학 

"하지 말라고 하면 왜 더 하고 싶을까?"





TV 채널을 돌리다가 보지 말아야 할 방송을 보고 말았을 때. "모두 완판! 마지막 남은 사이즈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분명 당장은 필요 없는 물건인데 쇼 호스트의 마감 임박 발언에 이미 주문 전화를 걸고 있는 당신. 한편 이번 주말에는 밀린 잠을 푹 자고 싶은데 친구가 전화를 걸어 "이 영화, 이번 주까지만 상영한다는데 보러 갈까?"라고 제안을 합니다. 이번 주가 지나면 못 본다고? 그 말에 덜컥 친구와 약속을 정해버린 당신.


이렇게 단박 마음을 바꿔버린 것은 쇼 호스트의 남다른 입담도, 절친의 친절한 배려도 이유가 아닙니다. 여기에는 당신도 알지 못하는 당신 안의 '청개구리 심리'가 숨어 있습니다.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심리. 과연 이것은 인간이 가지고 태어난 숙명일까요?




나는 원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아이들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어른이 돼서도 평소라면 하지 않을 행동들도 굳이 하지 말라고 하는 순간 기를 쓰고 하는 경우가 있죠. 일찍이 양귀자 작가가 소설 제목으로 사용한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이란 말은 이러한 인간 심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입니다. 사람은 하고 싶은 일을 금지 당했을 때 자신의 자유가 극도로 침해 당하고 있다는 불안과 불만 욕구에 의해 더더욱 그 일에 매달리게 됩니다. 잃어버린 자신의 자유 선택 의지를 회복하려는 마음이 작동하는 것인데, 이를 심리학에서는 '리액턴스 효과(Reactance Effect)'라고 말합니다. 리액턴스 효과는 1996년 행동과학자 '잭 브램(Jack Brehm)'이 발견한 이론으로, 우리말로 바꾸면 '청개구리 심리'쯤으로 말할 수 있습니다.



잭 브렘은 음악 취향을 조사한다며 참가자들에게 음반 4장을 평가하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그 보답으로 한 집단에게는 1장의 음반을 마음껏 골라 가져도 좋다고 했고, 한 집단에게는 1장의 음반을 무작위로 선물로 주겠다고 했습니다. 실험 마지막 날, 두 집단 모두에게 4장의 음반 중 2장은 다른 사람에게 줘서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마음껏 골라 가져도 좋다고 말했던 집단에서 동요가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가질 수 없는 2개 음반들의 인기가 치솟았습니다. 가질 수 없다는 생각에 더 욕심이 생긴 것입니다.


리액턴스(Reactance)는 원래 물리학에서 전기저항을 말할 때 쓰이는 용어지만, 잭 브렘은 저항을 받을수록 더 강하게 반발을 일으키는, 못하게 할수록 더 하고 싶은 인간 심리를 발견한 후 이 용어를 사용했습니다. 인간이 가진 강한 본능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이 심리는 신이 금지한 선악과를 따먹은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만 보더라도 인간 역사에서 꽤나 오랜 본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가질 수 없기 전에 가져라





그렇다면 리액턴스 효과란 단순한 인간의 청개구리 심리이기만 할까요?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심리학자 에드 오브라이언(Ed O'Brien)과 피비 엘즈워즈(Phoebe C. Ellsworth)가 또 다른 실험을 했습니다.


실험 참가자를 두 그룹으로 나눠 다섯 개의 초콜릿에 대해 맛 평가를 부탁한 것입니다. 한 그룹에는 순차적으로 다섯 개의 초콜릿을 나눠주었고, 한 그룹에는 네 개를 나눠준 뒤 마지막 남은 초콜릿을 나눠줄 때 "이것이 당신에게 드리는 마지막 초콜릿입니다"라며 '마지막'이라는 점을 특별히 강조했습니다. 결과는 어떠했을까요? 1~4번까지 초콜릿에 대한 평점은 거의 비슷했지만 4번 초콜릿의 경우 '마지막'이란 말을 들은 집단의 평점은 2배 이상 좋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너는 할 수 없는 일이야! 소질이 없어 보인다고, 이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 줄 알아?"


이모에게 벌을 받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놀리던 친구 벤은 톰의 말을 듣자마자 갑자기 자기도 페인트 칠을 할 수 없겠느냐며 톰에게 선물까지 주며 페인트 칠을 하게 됩니다. 말썽을 부린 대가로 울타리에 페인트 칠을 하라는 이모의 벌은 톰의 꾀에 넘어간 벤의 몫이 되어버렸습니다.


마크 트웨인은 <톰 소여의 모험>에 이 에피소드를 적어놓으면서 못내 아쉬웠는지 몇 마디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톰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인간의 행동에 관한 중요한 법칙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즉, 어른이건 아이건 어떤 물건을 갖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려면 그 물건을 손에 넣기 어렵게 만들면 된다는 점이다."



  

홈쇼핑 마감 때 마음이 급해지는 것은 1919년 미국에서 금주법이 시행되자 음주량이 늘어난 것과 일맥상통합니다. 마케팅 전문가들이 리액턴스 효과를 이용해 상품을 판매하라고 조언하곤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그렇다면 리액턴스 효과를 우리 삶에 역으로 이용할 방법은 없을까요? 누군가 가져가버린 2장의 음반, 마지막이라고 건네 받은 다섯 번째 초콜릿을 생각해봅시다. 가질 수 없기 전에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하지 말라고 하기 전에 먼저 행동할 수 있는 지혜를 가져보는 것 말이죠. 그것이야말로 누군가에 의해 좌지우지되지 않고 스스로가 삶의 주인으로 우뚝 서는 지름길입니다.




출처 : 웹진 Pioneer 144호 (3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