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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 프랭클린, 그의 삶에서 직관하는 '계획과 실천의 힘'

알 수 없는 사용자 2015. 3. 18. 13:55

벤자민 프랭클린, 그의 삶에서 직관하는 '계획과 실천의 힘'





우리는 종종 위인들의 삶을 돌아보며 그 안에서 더 나은 인생의 길을 찾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가장 쉽게 택하는 실천법은 바로 자서전을 읽는 것이죠. 하지만 늘 시간이 문제인데요, 바쁜 현대인들에게 그 많은 책들을 읽고 핵심을 정리해 자신의 것으로 만들 여유란 없습니다. 이에 전문 칼럼니스트들이 자서전을 통해 위인들의 삶을 짧고 굵게 요약해 그 안에서 발견한 삶의 통찰력을 아주인들께 소개하는 시간을 마련해드리려 합니다. 그것이 <밑줄 긋는 낭만서점>칼럼인데요, 그 첫 번째 '시작'에 맞춰 연초는 물론 1년 내내 화두처럼 점검하게 되는 시간 관리를 주제로 잡고 이를 위해 시간 관리의 대명사인 '벤저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을 주인공으로 선정했습니다. 과연 그는 어떻게 시간을 관리하고, 또 자기 관리의 명인이 되었을까요?




시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벤저민 프랭클린





필자는 인생에서 성공했다는 사람들을 인터뷰할 일이 많았는데, 그들의 공통된 답변 중 하나는 '시간 관리'를 잘 해야 한다는 조건이었습니다. 먼 미래가 아니라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잘 가꾸어 나가는 것이라 합니다.


시간의 중요성을 강조한 사람 중에서 벤저민 프랭클린은 빼놓을 수 없습니다. 18세기 미국에서 정치, 외교, 출판, 인쇄, 과학, 교육 분야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그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당신은 인생을 사랑하십니까? 그렇다면 시간을 낭비하지 마십시오. 인생이라는 것은 바로 시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프랭클린의 이런 확고한 철학과 신념은 그의 삶 전반에 고스란히 녹아 실천되었는데, 이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 그의 자서전입니다. <프랭클린 자서전>은 벤자민 프랭클린이 1771년 집필하기 시작해 늑막염으로 세상을 떠나기 한 해 전인 1789년까지 이어온 기록을 편집해 출판한 것입니다. 프랭클린은 일찍부터 자서전을 쓸 요량으로 사건들을 연대순으로 상세히 기록해두었다고 합니다. 이 자서전에는 그의 유년시절과 성공한 인쇄인으로서의 삶, 또 일찍이 그가 13가지 인생 덕목을 세우고 이를 실천했던 방법들이 자세히 소개된 반면, 왕성한 활동기인 만년 30년 동안의 일은 빠져있습니다. 




그의 삶을 채운 8할의 힘



  

벤저민 프랭클린은 조사이어 프랭클린의 17자녀 중 15번째 막내아들로 보스턴에서 태어났습니다. 벤저민의 아버지는 25살 때 영국에서 신대륙 미국으로 넘어와 비누와 양초를 만드는 사업을 했습니다. 자기 사업에 근실했던 아버지 밑에서 자란 그는 2년 간의 정규교육을 받고 12살에 형이 운영하는 인쇄소에 인쇄 견습공으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프랭클린은 어려서부터 책 읽는 것을 좋아한 아이였습니다. 자서전에서도 밝혔듯 특히 존 버니언의 <천로역정>을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고 회고하는데, 이 책은 천국으로 가는 길에 겪는 고난과 모험을 담은 책으로 1678년 출간되어 인기를 끌었습니다. 



프랭클린은 <천로역정>을 수 차례 읽고 완전히 섭렵한 후 이 책을 팔아 다시 R. 버튼의 <역사전집>을 구입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아버지의 서재에 있던 <플루타르크 영웅전>을 비롯해 디포의 <기업론>, 매더 막사의 <선행론>을 읽었다고 이야기하는데, 스스로 '지식에 목말라 하던' 시기에 읽은 이 책들은 훗날 자신의 사고방식을 크게 변화시켰다고 고백했습니다. 인쇄 견습공으로 일하면서도 책방의 견습 점원들과 친해진 그는 저녁마다 로크의 <인간의 이해>, <폴 로얄 파의 <생각의 기술>, 크세노폰의 <소크라테스 회고록> 등 인문 철학서적을 빌려 밤새 읽고 다음 날 아침에 책방에 돌려주곤 했습니다. 무엇보다 그는 새로운 책을 만날 때면, 가령 영국의 채식주의자 트라이언이 쓴 채식을 권장하는 책을 읽을 때는 채식을 실천해보기도 하고, <소크라테스의 회고록>을 손에 넣었을 때는 소크라테스식 논쟁법을 사용해보는 등 그저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실천하거나 삶에 응용해보았습니다.




책 속에서 길을 찾다



  

벤저민 프랭클린이 쓴 자서전을 읽고 있으면 매우 호기심이 많고 부지런한 청소년이 그려집니다. 어렸을 때부터 책을 읽으며 낯선 땅과 바다를 자연스럽게 동경했던 소년. 결국 열일곱 살에 그는 인쇄소를 운영하던 형과 갈등을 겪고, 책을 판 돈으로 배를 타고 뉴욕에 도착했습니다. 인쇄소 일이라면 자신이 있었기에 뉴욕의 한 인쇄소를 찾아가지만 거절당했고, 다시 배를 타고 필라델피아로 향했습니다.


그가 쓴 자서전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장면이 바로 여기, 고향 보스턴을 떠나 뉴욕으로, 다시 필라델피아로 가는 여정입니다. 행색은 초라하고 주머니 속에는 네덜란드 돈으로 1달러와 1실링 뿐이었던 그에게 바다는 더 이상 동경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바다는 현실 그 자체였습니다. 필라델피아로 향하던 중에는 폭풍을 만나며 배에 있던 한 만취한 남자가 바다에 빠지는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프랭클린은 그 남자를 간신히 배로 끌어 올렸고, 남자는 주머니에서 책을 꺼내 말려달라고 프랭클린에게 청했는데 그 책은 바로 그가 어렸을 때 재미있게 읽었던 <천로역정> 네덜란드 판이었습니다. 그때 프랭클린은 고향을 떠나 그토록 동경했던 바다에서 다시 만난 <천로역정>이 유럽 대부분의 나라 말로 번역된, 성경 다음으로 가장 많이 읽혀지는 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운명 같은 만남은 훗날 필라델피아에서 인쇄업으로 크게 성공하게 만든 씨앗이 되었을 것입니다. 정치인, 저술가, 발명가 등 여러 업적에도 그의 묘비에는 '필라델피아의 인쇄인, 벤저민 프랭클린'이라고만 적혀있을 정도로 인쇄인으로서 프랭클린의 자부심은 대단했습니다. 인쇄업은 그에게 신이 내려준 소명이었습니다.


"어릴 적부터 나는 글 읽기를 좋아했다. 내 손에 들어온 돈은 모두 책을 사는 데 들어갔다." (<밴저민 프랭클린 인생의 발견>, 47쪽, 21세기북스) 스스로 고백한 것처럼 벤저민 프랭클린, 그는 책을 통해 성장한 사람입니다.




삶에 대한 사랑, 시간 관리의 선구자를 만들 길을 찾다



   

가난한 인쇄소 견습공으로 시작해 인쇄소 사업가로 성공, 도서관을 설립하고 펜실베니아 의회 서기를 거쳐 의원이 되었으며 펜실베니아대학교 설립을 제안, 미국독립선언문과 미국 헌법 등 미국 독립에 중요한 역할을 했고 노예제 폐지를 위한 인권운동에 이르기까지, 84년간 그야말로 드라마틱한 삶을 살았던 벤저민 프랭클린. 이토록 한 치의 소홀함도 낭비도 없이 성실하게 삶을 살 수 있었던 비결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요? 단언컨대 일찍이 그가 세운 인생의 원칙들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는 스무 살 때 도덕적으로 완벽해지고자 하는 무모하고도 어려운 계획을 마음에 품었습니다.(155쪽, 김영사) 좋은 습관을 들이기 위해 그때까지 읽은 책에서 보았던 수많은 덕목들을 열거해보았고, 그 결과 절제, 침묵, 질서, 결단, 검약, 근면, 진실함, 정의, 온건함, 청결함, 침착함, 순결, 겸손이라는 13가지의 가치관을 세웠습니다. 절제를 첫 번째 가치관으로 삼은 이유에 대해 "머리의 냉철함과 선명함을 얻어 항상 조심해야 하는 일에 실수하지 않고 묵은 습관들에 끌려 다니거나 끊임 없는 유혹에 빠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159쪽, 김영사)"이라고 이야기 했는데, 절제를 하고 하면 침묵은 쉬워진다며 말을 많이 하기보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함으로써 지식을 얻고자 했습니다. 특히 그는 부와 명성, 권력을 모두 갖고 최고의 자리에 올랐을 때에도 스무 살 때 자신과 약속한 이 13가지의 가치관을 지키면서 살았습니다. 특히 피타고라스의 <금언집>의 충고에 따라 이 13가지 가치관을 매일 점검하고 실천하기 위해 조그마한 수첩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바로 자기 관리 수첩, 그 유명한 프랭클린 다이어리의 시초입니다.



이 수첩과 함께 프랭클린은 세 번째 가치인 '질서'의 규칙인 '모든 일은 시간을 정해 놓고 한다'를 지키기 위해 하루 24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계획을 세웠고, 잠들기 전에 하루 일과를 정리했습니다. 그는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실함, 성실함, 완전함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신념은 가난한 청년시절을 견디게 했고, 여러 위대한 업적으로 당대 최고의 자리에 올랐음에도 늘 검소하고 절제된 생활을 함으로써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 18세기를 살았음에도 21세기 우리에게 큰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자서전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 삶의 대부분을 독서를 통한 자기계발에 힘썼던 벤저민 프랭클린. 고단한 삶 속에서도 늘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던 소년은 결국 뚜렷한 13가지 가치관은 물론 이를 계획적으로 실천할 방법을 찾아 위대한 시간 관리의 힘을 몸소 보여주었습니다. 그렇게 많은 책을 읽기 위해 그토록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관리했던 것인지, 아니면 그렇게 시간을 잘 관리했기에 그 많은 책을 읽어 남다른 삶의 방식을 완성한 것인지는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그가 시간 관리는 또 다른 자기 관리라는 생각으로 철저히 절제된 삶을 살았다는 것입니다. 자서전 속 그의 삶의 궤적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간을 어떻게 관리해가는 것이 어떤 미래를 가져올지, 한 번 더 돌아보게 만듭니다.







도움을 준 책

<프랭클린 자서전> (벤저민 프랭클린 지음/이계영 옮김/2008년/김영사)

<벤저민 프랭클린 인생의 발견> (윌터 아이작슨 지음/윤미나 옮김/2006년/21세기 북스)


출처 : 웹진 Pioneer 144호 (3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