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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신의 '말'은 어떻습니까?

알 수 없는 사용자 2015. 3. 4. 13:40

지금, 당신의 '말'은 어떻습니까?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 박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능력은 자기표현 능력이며, 현대 경영이나 관리도 커뮤니케이션에 의해 좌우된다." 이 말은 현대 경영 환경을 비롯한 조직생활에서 커뮤니케이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표현해줍니다. 2015년 새해를 열며 누구나 여러 계획들을 세우고 실천해가고 있을 터, 2015년을 아직 10개월이나 남겨둔 지금, 모든 사회생활의 기초가 되는 '말'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최근 이루어진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근무 시간 중 70~90%가 커뮤니케이션으로 이루어진다는 결과가 있습니다. 이제 직장인들에게 말은 더 없이 중욯나 요소라 할 수 있습니다. 회사 차원에서는 성공적인 프레젠테이션을 위해, 각종 회의 자리에서는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 또 개인적으로는 상사에게 완벽한 보고를 하기 위해 자기 표현 능력을 연마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노력한다고 해서 그 노력들이 모두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소위 이 분야의 전문가나 유명 인사들의 스피치를 배우고, 대화법에 관한 책을 읽고, 말하기 학원에 다니며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지만 실제로 성과를 거두는 사람은 드룹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말하기 공부'라고 하는 지도 모릅니다.


더욱 어려운 것은 개인보다 조직에서입니다. 조직 내에서의 말의 흐름을 우리는 소통이라고 부릅니다. 상사와 부하, 부서와 부서 간에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 조직은 닫힌 조직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이러한 현상은 조직을 이끄는 리더에 의해 크게 좌우됩니다.




천 번을 강조해도 모자라지 않은



<논어> '위정' 편에는 제자 자공(子貢)이 스승 공자에게 군자에 대해 묻자 답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먼저 실천하고, 그 다음에 말을 하라."


풀이를 하자면 '군자가 되려면 말을 앞세우지 말고 먼저 실천하라'는 가르침. 공자의 이 말은 우리에게 말을 잘한다는 의미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합니다.


자공은 어떤 인물인가요? 공자의 제자 중 가장 말을 잘 한다고 자타가 공인하는 인물입니다. 상업에 탁월한 재능이 있어 큰 부를 이루었고 타고난 언변과 외교술로 위기에 빠졌던 노 나라를 강대국들로부터 구해낸 적도 있습니다. 심지어 노 나라의 대부 숙손무숙은 "사람들이 몰라서 그렇지 자공이 공자보다 더 현명하다"고 말하기까지 했습니다. 이렇듯 자공은 누구나 인정하는 탁월한 능력과 뛰어난 말솜씨를 갖추고 있는 인물입니다. 그런데도 공자는 그에게 말의 실천과 신중함을 강조한 것입니다.


크든 작든 하나의 조직을 이끄는 리더라고 하면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알고 그것을 행동으로 실천해야 탁월한 성과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리더, 자신이 있습니다. 진실한 말을 해야 하고 말에 앞서 실천을 할 만큼 말에 무게가 있어야 합니다. 자신뿐 아니라 조직 내부에서 상하 간은 물론 부서 간에도 물이 흐르는 것처럼 소통할 수있도록 열린 조직을 만들어야 하는 책임도 있습니다.




당신의 말이 곧 당신이다



주문왕이 송 나라를 치고 봉황의 언덕에 이르럿을 때 신발 끈이 풀어지자 직접 허리를 굽혀 끈을 묶었습니다. 태공망 여상(강태공)이 물었습니다.


"폐하, 시킬 신하가 없습니까?"


주문왕이 대답했습니다.


"최고의 군주 밑에 있는 신하는 모두 스승이요, 중간의 군주 밑에 있는 신하는 모두 친구요, 하급 군주 밑에 있는 신하는 모두 시종입니다. 지금 이곳에 있는 신하들은 모두 선왕 때부터 있던 신하들이므로 이 일을 시킬 사람이 없소."


주문왕은 낚시로 세월을 낚던 강태공을 알아보고 중용했던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중국을 통일한 위대한 군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하들 위에 군림하지 않고 오히려 신하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었떤 것이죠. 부하들이 자신의 아랫사람이 아니라 스승과 같기에 함부로 일을 시킬 사람이 없다는 뜻이었습니다.


"말은 곧 그 사람 자신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말을 통해 사람들은 자신의 됨됨이를 모두 내보인다는 뜻입니다. 위의 고사처럼 주문왕과 같은 마음가짐을 갖고 있는 사람은 말에도 자연스럽게 품격이 배어 나옵니다. 그리고 꼭 지킬 말만 합니다. 당연히 부하들의 존경을 한 몸에 모을 수 있습니다. 그가 이끄는 조직에서는 소통이 마치 물처럼 흘러 모든 조직원들이한 방향을 바라보고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습니다. 당연히 조직은 승승장구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상사를 대하는 부하의 말은 어떠해야 할까요? 상사가 말보다 실천을 통해 조직을 이끌어 가야 한다면, 부하들은 '잘'이 아니라 '지혜롭게' 말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삼년불비(三年不蜚)'의 고사에는 뛰어난 능력은 있지만 즉위한 지 3년이 지나도록 환락에 빠져 정사를 제대로 돌보지 않았던 초나라 장왕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를 지켜보던 신화 오거가 "3년 동안 날지도 울지도 않는 새가 있는데 그 새의 이름은 무엇입니까?"라는 물음을 통해 환락에 젖어 있는 장왕의 마음을 흔들어 깨웁니다. 장왕은 신하들의 지혜로운 간언으로 다시 정사에 힘써 패왕이 될 수 있었습니다.



   

물론 누구나 상사의 잘못을 보고 이런 간언을 하지는 못합니다. 용기와 지혜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상사 역시 감정을 가진 사람, 지혜롭게 접근하면 그렇게 어려운 일만은 아닙니다. 만약 직접적으로 말하기 곤란한 상황이라면 적절한 비유로 다른 것을 지적하여 깨닫게 하는 순발력과 재치를 발휘하면 됩니다. 상사를 설득하는 목적은 나의 언변을 자랑하거나 나의 충성심을 증명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내 의견을 관철시켜 조직을 바르게 이끌어가는 것이 첫 번째 목적입니다.


리더십을 한 마디로 정의하면 '사람을 통합하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을 통합한다는 것은 리더를 포함한 모든 조직원들이 조직의 목표에 공감하고 한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리더십이 통하기 위해서는 리더와 조직원 사이의 벽이 허물어지고 하나의 공감대가 형성되어야만 합니다. 한 번 날개를 달고 입 밖으로 날아간 말은 절대 다시 잡아들일 수 없습니다. 자신의 말이 입을 통해 세상 밖으로 나가기 전에 적어도 한두 번 정도 곱씹어 보며, '곰'과 같이 우직하게 실천하는 리더와 '여우'처럼 지혜로운 조직원이 되어 함께 어우러지는 2015년을 만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출처 : 웹진 Pioneer 143호 (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