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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만족하지 못하는 걸까?

알 수 없는 사용자 2014. 12. 5. 13:37

우리는 왜 만족하지 못하는 걸까?





한 취업포털 사이트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직장인 60.7%(직장인 952명 대상)가 '파랑새 증후군'을 앓고 있다고 합니다. 파랑새 증후군이란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새로운 이상만을 추구하는 병적인 증상을 이르는 말입니다. 

이때 파랑새란 누구에게는 더 좋은 직장, 누구에게는 더 좋은 자동차, 또 누구에게는 더 큰 집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요? 파랑새를 찾아 그토록 헤맸건만 정작 파랑새는 우리 집 새장 안에 있었습니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처럼 코앞에 파랑새를 두고, 오매불망 우리는 파랑새를 꿈꾸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다




촌장이 웃으며 대답했다.

"네, 그 전부가 당신의 것이 됩니다. 그런데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해가 지기 전에 출발점으로 돌아오지 못하면 당신이 지급한 돈은 돌려받지 못하실 겁니다. 이 사실을 기억하십시오." 

주인공 파홀은 1,000루블에 하루 동안 걸어서 표시를 하고 돌아온 만큼의 땅 전부를 주겠다는 말에 해가 질 때까지 무리하게 걷다가 출발점으로 돌아와서는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그가 얻은 땅은 자신이 묻힐 6척의 구덩이였습니다.




사람에게 '만족'이라는 이야기를 할 때 대표적인 예로 회자되는 이야기입니다. 다름 아닌 극작가 톨스토이가 민담으로 떠도는 이야기를 각색해 쓴 <사람에게는 얼마나 많은 땅이 필요한가>라는 소설의 한 부분이죠.


하룻동안 걸어서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오면 그 표시한 땅을 단돈 1,000루불에 주겠다는 약속에 지는 태양을 보고도 만족하지 못하고 조금만 더 걷다가 출발점으로 돌아와서는 지친 숨을 내쉬다가 숨을 거둔 주인공. 벨기에 극작가 마테를링크가 말한 '파랑새'나 파홀이 그토록 갖고 싶어 걸음을 멈추지 않았던 넓은 '땅', 이 두 가지는 우리에게 한가지 공통된 물음표를 품게 합니다. "우리는 왜 그토록 만족을 못하는 걸까?"



   

사실 인간이란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은 끝 모를 욕심 추구형 종족입니다. 미국 에모리대학교 행동과학과 정신학의 그레고리 번스 교수가 쓴 <만족>에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인간이 만족을 느낄 때 뇌 안의 변화를 관찰한 결과, 만족이란 감정을 느낄 때마다 '도파민(dopamine)'이 분비되더란 것입니다. 또한 도파민은 어떤 것을 성취했을 때가 아닌 과정에서 더 많이 분비되고, 그 과정에서 느끼는 새로움이 분비를 더욱 촉진시킨다고 연구는 밝혓습니다. 


거꾸로 얘기하면 더 이상 새로울 것 없는 나이가 될수록 도파민의 분비는 점차 감소된다는 것입니다. 뇌가 인간의 마음을 결정짓는다는 그레고리 번스 교수의 이론대로라면 뇌는 항상 새로운 것을 동경하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 경우, 만족의 경험이 점점 줄어든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만족을 모르는 당신은 혹시 중증 환자?



만족의 경험을 뇌가 결정한다는 저명한 학자의 이론. 꽤 설득력 있는 게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그것만으로 우리가 호락호락 없던 만족감을 당장 오늘부터 쉽게 찾게 될 리는 만무합니다. 설령 어느 정도 마음이 기울었다 해도 만일 새로운 목표를 정하고 그에 도달하기 위해 도전하는 과정이 그리 즐겁지 않다면 또 어떨까요? 게다가 목표를 이룬 그 순간마저도 기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지 않던가요. 이럴 땐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우선 '불만족 증후군'부터 의심해보시기 바랍니다.


심리상담 전문가로 만성 불만족과 우울증, 인간관계 전문 클리닉을 운영하는 로리 에슈너, 미치 메이어슨은 자신들의 저서 <사람은 왜 만족을 모르는가?>에서 불만족 증후군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심리적인 특징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우리는 보통 쉬지 않고 일에만 몰두하는 사람들을 일컬어 너무 욕심이 많고 야망이 크다고 이야기합니다. 그 욕심과 야망 때문에 만족을 모른다는 것이죠. 하지만 두 저자는 욕심과 야망이 불만족과 전혀 관련이 없음을 지적합니다. "만족은 소유의 문제가 아니다. 성취의 문제도 아니다. 만족은 밖이 아니라 안에서 생겨나는 것이다. 그들에게 결여되어 있는 것은 자기 존재에 대한 존중감이다."라고 꼬집어 말하기도 했습니다. 도전해 가는 과정을 기뻐하고, 도전하는 자신의 모습을 사랑하고 자긍심을 느끼지 않는 이상 평생 만족감을 느끼기는 어려운 운명이란 결론입니다.




만족을 위한 진정한 'Why' 찾기



   

tVN 드라마 <갑동이>에 보면 20년 전 연쇄살인을 저질렀던 범인을 잡기 위해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던져버린 양철곤 형사과장이 등장합니다. 드라마 말미에 결국 범인을 잡고 난 뒤 그가 던진 대사는 이렇습니다. 


"형사가 희열을 느끼는 건 범인을 잡아넣을 대가 아니더라고요. 사건의 실체적 진실, 그걸 제대로 알았을 때죠."


20년 간 범인의 흔적을 꼼꼼히 기록하고, 기억하면서 퍼즐처럼 맞춰나간 범죄의 진실. 어쩌면 그가 느낀 최고의 만족은 결과가 아닌 20년 간 그 뒤를 밟으며 범죄의 실체를 벗긴 형사로서의 의무를 다했다는 자신에 대한 자존감이었을지 모릅니다. 긍정 심리학의 창시자 마틴 셀리그만은 "행복은 의미 있는 일에 몰두할 때 자연스럽게 찾아 든다"라고 말했습니다. 파랑새를 찾기 전에 자신이 왜 파랑새를 원하는지, 더 많은 땅을 갖기 전에 그 많은 땅을 자신이 왜 필요로 하는지 그 이유를 먼저 찾고 고민하며 인생의 더 큰 그림을 그려본다면 어느새 만족을 가져오는 도파민이 당신의 뇌에서 분비되기 시작하고 있을 것입니다.




출처 : 웹진 Pioneer 140호 (1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