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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목소리, 그의 꿈을 지켜준 영혼의 술

알 수 없는 사용자 2014. 11. 14. 10:00

세기의 목소리, 그의 꿈을 지켜준 영혼의 술




포마드 기름으로 깔끔하게 빗어 넘긴 머리와 비스듬히 쓴 중절모, 나비 넥타이와 까만 구두에서 지난 반세기를 이끈 가장 스타일리시한 남성들 중 하나로 선정한 것처럼 프랭크 시나트라, 그의 트레이드 마크들은 세련되고 중후한 젠틀맨의 것 그대로입니다. 하지만 우리로 하여금 깊은 가을마다 무조건 반사처럼 그를 떠올리게 만드는 것은 이런 그의 스타일이 아닌, 바로 나긋나긋하고 감미로우면서도 풍성한 그의 목소리입니다.




He's Way, 그대로 역사가 되다



   

수천만 명이 리메이크한 명곡 '마이 웨이(My Way)"를 비롯해 활기찬 도시의 모습을 생생히 그리듯 시작부터 경쾌한 'New York, New York', 1969년 최초로 달 탐사에 성공한 우주인들에게 헌정하는 노래로 감미로운 선율이 달콤하기까지 한 'Fly me to the moon' 등에 이르기까지, 프랭크 시나트라 그처럼 오직 음악만으로 모든 설명이 가능한 입지전적인 인물이 또 있을까요?



20세기 가장 아름다운 목소리이자 숱한 히트곡들로 그래미상을 열 번이나 수상한 팝과 재즈의 전설, 10대 소녀 팬들을 열광시킨 최초의 가수이면서 토니 베넷, 멜 토메와 함께 백인 재즈 싱어의 삼두마차라 불리는 이견이 없는 재즈 싱어, 그는 그 자체로 미국을 대표하는 문화입니다.



이런 눈부신 활약은 영화계로도 이어져 진 켈리와 공연한 <춤추는 대 뉴욕>, 치열한 연기력이 돋보이는 <황금 팔을 가진 사나이>, 평생 라이벌 의식을 가졌던 말론 브랜도와 찍은 <아가씨와 건달들>, 소피아 로렌과 멋진 연기를 보여준 <자랑과 정열>, 후일 리메이크 되면서 더 유명해진 <오션스 일레븐>(당시 그가 맡았떤 역할은 대니얼 오션, 2002년판 조지 클루니의 역할이었습니다)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 1953년에 영화 <지상에서 영원으로>로 오스카상을 수상하며 연기파 배우로도 역사의 한 장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뇌리에 가장 깊게 각인되어 있는 것은 바로 그의 목소리입니다. 진정한 남자의 중후함과 세련됨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감미로우면서도 압도적인 그의 목소리는 '스탠더드 팝'이라는 그의 음악 색깔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져 그만의 스타일을 완성, 전 세계 팝과 재즈 마니아들을 사로잡았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세기의 목소리라 불리는 프랭크 시나트라의 목소리가 어쩌면 그가 평소 즐기던 위스키와 관련이 깊을지 모른다는 사실입니다.




천국의 음료, 영혼의 술



   

"나는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들이 불쌍하다. 아침에 일어난 후 하루 종일 나아질 게 없지 않는가"라고 말했던 프랭크 시나트라는 지독한 애주가였습니다. 


특히 자타공인 위스키 애호가. 위스키를 '천국의 음료'라고 추켜세우며 유명 배우 험프리 보가트와 주디 갈린드, 딘 마틴 등과 함께 '랫팩(Rat Pack)'이란 이름의 유명한 할리우드 술꾼 모임을 만들어 밤을 새며 위스키를 즐겼습니다.


위스키 중에서도 가장 즐긴 건 잭 대니얼, 입에 달고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 오죽하면 파파라치들이 찍은 사진에도 잭 대니얼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등장한 게 태반이라고 합니다. 1950~1990년대까지 전 세계를 누빈 무대에서는 관객들을 향해 잭 다니엘스 위스키가 담긴 잔을 들고 건배를 청하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잭 다이넬 광고 속에서 그를 찾는 일이란 어렵지 않았고, 최근에는 잭 애니얼사에서 프랭크 시나틑라의 이런 애정을 기려 '잭 다니엘스 시나트라 셀렉트(Finatra Select)'란 특별히 디자인된 1리터짜리 위스키를 만들어 헌정하기도 했습니다.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난 위스키의 어원은 라틴어 '아쿠아 비테(Aqua Vitae)', 즉 '생명의 물'이라는 뜻입니다. 위스키 애호가들이 위스키를 '신이 주신 선물'이라 부르는 이유입니다. 부드러우면서도 선 굵은 대담한 남성의 모습처럼 깊고 그윽한 맛이 특징인 위스키는 그러고 보면 중후하면서도 깊이 있는 프랭크 시나트라의 목소리와 꽤 닮았습니다. 종종 그의 음악을 두고 위스키 한 잔 떠올리게 만드는 노래, 깊고 향긋한 위스키의 맛에 비유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역시 사실입니다. 아마도 그의 짙은 음색과 함께 위스키를 사랑했던 그의 감성이 묻어난 때문은 아닐까요.


그런데 프랭크 시나트라의 시그니처라 할 수 있는 목소리는 원래부터 그렇게 중후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실제로 20대 때 그의 목소리를 들어본 사람이라면 정말 같은 사람의 목소리일까 의심할 정도입니다. 젊은 시나트라의 목소리는 미성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그의 목소리가 변한 것은 그가 즐겼던 담배와 술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지배적인데 골초, 애주가를 넘어 알코올 중독으로까지 보는 그의 담배와 술 사랑이 성대에 영향을 미쳐 거칠고 무게감 있는 목소리로 변화시켰다는 것입니다. 그 진위야 확인할 길이 없지만 그에게 해로운 것이 그를 독보적인 뮤지션으로 완성한 없어서는 안 될 것들이었다니 참 아이러니합니다.




현실에 맞서 치열히 지켜낸 꿈



1915년 뉴저지 호보켄에서 이민자 출신 부모에게서 태어난 시나트라는 어려서부터 술과 인연이 깊었습니다. 작은 이탈리아라 부를 만큼 이탈리아 이민자가 많았던 그곳에서 그의 부모가 술집을 운영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당시는 금주법이 시행되던 때라 자연스럽게 이탈리아계 조직 폭력배들과 결탁할 수밖에 없었고 그런 술집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며 잘나 시나트라는 또래의 이민자 자녀들보다 풍족했지만 문제아의 삶을 살았습니다. 하지만 그에게도 우상이 있었으니 바로 미국 팝 가수 빙 크로즈비. 시나트라는 1920년대 후반부터 뉴욕으로 이주, 클럽을 드나들며 가수의 꿈을 키웠고 마침내 그 꿈을 이루어냈습니다.


하지만 어린 시절 그에게 각인된 그늘 때문일까요? 스탠더드 팝의 제왕으로 군림하면서도 그는 여전히 문제아였습니다. 정치권이나 마피아와의 결탁으로 인한 추문, 영화계와 음악계를 넘나드는 여성 스캔들, 그야말로 '제멋대로'라는 표현 외에는 표현할 방법이 없었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결코 그가 놓지 안는 끈 하나는 있었으니 바로 음악. 불우한 가정사를 딛고 정규 음악교육 한 번 받지 않았지만 타고난 재능과 부단한 노력으로 그의 인생을 바꿨던 그 음악에서만큼은 일편단심, 모든 열정을 쏟아 부었습니다. 온갖 기행을 펼친 그였지만, 우리가 여전히 그를 그리워하고 그의 음악을 사랑하는 이유일 것입니다.





독특한 음색과 독보적인 스타일로 세기의 스타가 된 남자, 시나트라가 영화배우 그레이스 캘리에게 2달러짜리 지폐를 선물로 준 후 그녀가 모나코 왕비가 되는 행운을 얻어 미국인들에게 '2달러 지폐'가 행운을 준다고 믿게 한 일화를 여러분은 알고 계신지요?



"People often remark that I'm pretty lucky, Luck is only important in so far as getting the chance to sell yourself at the right moment. After that, you've got to have talent and know haw to use ti." "사람들은 내가 꽤 운이 좋다고 종종 말한다. 운이란 것은 당신의 가치를 알릴 수 있는 그 시점에만 중요할 뿐이다. 그 이후에는 당신이 갖고 있는 재능과 이를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달렸다." 하지만 명곡 'My Way'를 통해 그가 이야기하고 있는 것처럼 인생에서 어쩌면 타고난 행운이란 없는지 모릅니다. 다만 자기 방식대로 꿈을 향해 꿋꿋이 걸어가는 열정과 소신, 그것이 바로 행운이란 이름이 아닐까요.




출처 : 웹진 Pioneer 140호 (1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