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행복을 주는 디지털 디톡스
소소한 행복을 주는 디지털 디톡스
인터넷 좀 한다는 분들이라면, Disconnect To Connect (DTC) 동영상을 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바닷가 모래 위를 연인이 다정하게 걷고 있습니다. 가볍게 일렁이는 파도와 시원한 바닷바람도 느껴집니다. 이때 남자가 스마트폰을 꺼내 들어 무엇인가를 확인합니다. 그러자 같이 걷고 있던 여자는 순식간에 증발해 버리고 백사장의 발자국으로만 남겨집니다. 같이 걷던 남자는 연인이 사라진지도 모른 채 스마트폰 속으로 목을 떨구며 계속 걸어갑니다. 영상의 압권은 마지막 부분입니다.
집에서 스마트폰으로 주가 동향을 확인하던 아버지가 스마트폰을 내려놓자, 혼자 움직이며 그림을 만들어내던 크레파스에서 환한 웃음을 지으며 아버지를 쳐다보는 딸아이의 모습이 그제야 마법처럼 짠하고 나타납니다. 스마트폰에 집중할 때 사라졌던 연인, 친구, 가족이 스마트폰을 내려놓자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내는 영상들이 심장을 울리는 음악과 함께 이어집니다. 저는 소름이 돋았습니다. 감동이 밀려 왔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내 자신을 되돌아보며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Feeling everything
삶이란 다 제각각이지만 사람들이 슬퍼하는 이유들을 듣다 보면, ‘누구나 삶이 가져다 주는 본질적인 아픔에서 벗어날 수는 없는 것이구나’라고 느끼게 됩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지는 몰라도 누구나 자기 몫의 불행과 슬픔을 안고 살아갑니다. 어쩌면 삶 자체가 스트레스일지도 모릅니다. 너무 비관적으로 말한다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모든 인간은 삶이 가져다 주는 고통과 마음의 괴로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항상 즐겁고 행복한 것이 정상적인 삶이 아니라, 때로는 가슴 아프고, 슬프고, 우울하기도 한 것이 정상적인 삶의 모습입니다.
‘Feeling Good’이 정상이 아니라 ‘Feeling Everything’이 정상인 것이지요. 그런데 이렇게 고된 인생 길 위에서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을 때, 주저앉아 엉엉 울어 버리는 것이 아니라, 먼지를 툭툭 털고 일어나기 위해서는 우리 마음속에 한 가지 느낌이 반드시 있어야만 합니다. 나 아닌 무엇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Connectedness Feeling)이 필요합니다.
사람과 사람을 잇는 연결감
인간이 진화하고 문명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우리가 서로를 서로에게 연결시켜 집단을 이룰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혼자 남겨지면 거친 세상 속에서 쉽게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끊임없이 연결되기를 원합니다. 연결되어 있지 않다고 느끼면 뇌의 불안회로에 빨간불이 켜집니다. ‘혼자 남겨지면 죽을 수도 있어!’ 하는 본능적 생각이 무의식적으로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삶이 행복하고 의미 있다고 느끼기 위해서도 우리는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의미를 추구한다’고 말하는 것도 사실은 세상 속에 무의미하게 흩어진 것들을 서로 연결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쁜 손놀림으로 끊임없이 자판을 두드립니다. 스마트폰을 한순간도 손에서 내려놓지 않습니다. 문자로 음성으로 ‘혼자가 아니라 누군가와 같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려고 합니다. 이건 모두 어쩌면 ‘내 인생에서 의미를 추구하려고 애쓰는 것’이라고 바꾸어 말해도 틀리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어떤가요? 컴퓨터로 스마트폰으로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누군가와 연결시키려고 할 때 정말로 행복해지던가요? 하루 종일 인터넷에 떠도는 다른 사람의 모습을 보고, 인터넷이 보여주는 세상에만 집중하고 나면 ‘왠지 모를 공허함’이 밀려드는 것을 누구나 느껴 봤을 겁니다.
진짜 삶을 찾아서
만족한 삶이란 세상이 던져주는 경험에 자신을 열어 두고, 그 경험들을 내 마음속에 사진처럼 차곡차곡 쌓아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실의 고통에도 불구하고 행복하기 위해서는 삶이 가져다 주는 경험에 자기 자신을 던져야 합니다. 기분 좋은 느낌은 경험의 축적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몸에서 일어나는 그 느낌, 지금 이 순간의 경험에 충분히 빠져들 수 있어야 인생의 참맛을 느끼게 됩니다.
인터넷이 아니라, 진짜 삶에 접속하는 손쉬운 방법 하나를 알려드릴까 합니다. 혼자 식사를 하게 되면 스마트폰이나 모니터를 켜지 마세요. “혼자 밥 먹는 것도 어색한데 스마트폰도 없이 어떻게……”라고 말하기보다는 지금 자신의 눈앞에 놓인 음식에 집중해 보세요. 된장찌개의 색깔을 자세히 관찰해 보세요. 찌개 속에 들어 있는 두부, 감자, 호박의 형태를 가만히 들여다 보세요. 모락모락 피어나는 향기를 음미해 보세요. 된장찌개의 색, 냄새, 맛을 음미할 때 마음속에 떠오르는 연상을 쫓아가 보세요.
어머니의 얼굴, 저녁을 먹기 위해서 식탁에 앉아 있는 아버지와 동생의 모습이 떠오르지 않나요? 이렇게 되면 당신은 스마트폰이 아니라 된장찌개가 가져다 주는 진짜 삶에 접속된 것입니다. 마음속에서 ‘Connected’의 파란 불이 반짝하고 켜지는 순간을 경험하게 될 겁니다. 이렇게 식사하는 과정을 심리학 용어로 바꾸어 표현하면 ‘Mindfulness Eating’이라고 합니다. 삶의 진짜 경험에 집중하면 할수록 우리의 마음(Mind)은 꽉 채워(Full)지는 것이지요. 반대로 허상만 쫓아다니다 진짜를 놓치게 되면 마음은 점점 공허해지게 되는 법이고요(Mind-Less).
진짜 삶과 ‘Connect’되기 위해서는 ‘Disconnect’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스마트폰을 내려놓아야 삶이 가져다 주는 진짜 경험을 마음속에 쌓아갈 수 있는 법입니다. 사람과 세상이 가져다 주는 진짜 경험들을 마음속 깊이 품고 있어야 거친 현실에서도 꿋꿋하게 버틸 수 있습니다. 바로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 나를 둘러싼 햇빛과 바람, 무심코 흘려 보냈던 가로수의 초록 빛깔을 마음속에 담으려고 노력해 보세요. 지금 이 순간의 경험에 충실하게 되면 살아간다는 것의 진짜 의미에도 한 발짝 더 다가가게 될 겁니다
출처 : 사외보 아주좋은날 2014.09+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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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