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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이 아닌 필수, 비즈니스 에티켓

알 수 없는 사용자 2014. 9. 19. 13:07

기본이 아닌 필수, 비즈니스 에티켓



지금은 매출이 1,000억 원 가까이 되는 전자부품 업체 S사 기모 사장. 직원들 사이에 인품 좋기로 유명한 그이지만 10여 년 전 처음 미국 바이어와 만나 회의할 때를 상상하면 아직도 식은 땀이 흐른다고 합니다. 본격적인 가격 흥정이 시작됐지만 바이어가 좀처럼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기에 너무 답답한 마음에 옆에 있던 회사 직원에게 "아이고, 이 친구 앞뒤가 꽉 막힌 고집불통이야"라고 말을 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그 바이어가 "저 나쁜 사람 아니에요."라고 한국말로 얘기한 것이죠. 우여곡절 끝에 나중에 친해지고 나서 알고 보니 그 바이어는 주한미군으로 3년 넘게 근무한 한국통이었습니다. 




무조건 지켜야 하는 에티켓





프랑스어인 에티켓(eitquette)은 표찰, 꼬리표를 뜻하는 단어였습니다. 루이 14세가 집권하던 17세기 베르사이유 궁전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현재의 뜻으로 바뀐 이유도 두 가지 설이 있습니다. 하나는 당시 화장실이 흔치 않던 시절이라 정원에서 볼일을 보는 방문객들이 많아 정원사가 이를 금지하는 푯말을 붙였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설은 궁전 출입을 위한 증표(ticket)에서 비롯됐다는 것입니다. 어원에서도 알 수 있듯 에티켓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규범과 같습니다. 잘하면 '좋은 것'인 매너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대부분의 에티켓은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을 조금만 가지면 잘 지킬 수 있습니다. 김사장 사례처럼 외국인과 회의를 할 때는 모두가 알아들을 수 있는 영어로만 대화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이 밖에도 대화를 할 때 상대방이 말을 다 끝날 때까지 경청해주기, 처음 보는 사람과 종교나 인종 등 사회적 주제의 대화 피하기, 격식을 차린 식사 자리에서는 종업원에게 미리 상석을 물어보고 안내하기 등등 상식적인 에티켓이 많습니다.


물론 배워야 하는 에티켓들도 있습니다. 서양식 식사 예절이 대표적입니다. 원탁 테이블에 앉을 때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우물좌빵(오른쪽 물, 왼쪽 빵이 내 것)' 부터 '밖에서 안으로(여러 개의 스푼과 나이프가 있을 때 밖에 있는 것부터 사용)'는 기본입니다. 냅킨을 미리 펴지 말고 첫 요리가 나오기 직전에 편다, 자리를 비울 때는 반드시 의자 위에 냅킨을 둔다(식탁 위나 의자 등받이 위에 두면 식사가 끝났다는 뜻), 나이프를 든 채로 팔꿈치를 식탁 위에 올리지 말아야 한다 등 식사 예절은 한 번쯤은 찾아서 익혀둘 필요가 있습니다.




시대에 따라 바뀌는 에티켓



필자가 어렸을 때만 해도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나면 큰 소리로 트림을 하고, 남들이 보는 앞에서 이를 쑤시는 아저씨들이 많았습니다. 먹을 것이 귀한 예전에는 손님이 주인에게 '덕분에 잘 먹었다'는 의사 표시를 그런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라는 해석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런 행동은 남들에게 불쾌감을 줄 뿐입니다.


시대에 따라 에티켓도 바뀝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비즈니스 미팅 때는 반드시 정장을 입고 넥타이를 매고 나가야 했지만 요즘에는 비즈니스 캐주얼이 기본인 회사가 많아 넥타이를 매지 않아도 됩니다. 십 수년 간의 해외출장을 다녀본 필자의 경험으로는 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공통적으로 비슷하게 변해가는 듯합니다.


과거 남녀가 서로 악수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에는 오히려 악수를 하는 게 일반적인 듯합니다. 물론 아직도 남자가 먼저 손을 내미는 것은 결례로 여겨지긴 하지만, 스마트폰의 발달에 따라 전화 에티켓도 많이 누그러진 듯싶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지만, 요즘은 문자를 확인하는 정도는 용인되는 분위기입니다. 물론 예의를 차려 테이블 밑에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나라별로 특이한 비즈니스 에티켓





처음 인도네시아 출장을 간 B사 최모 사장. 현지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기하학적인 문양을 넣은 전통 셔츠인 바틱(batik)을 입고 걸어오길래 아무 생각 없이 "안녕하세요, 사장님도 곧 오시나요?"라고 물었습니다. 그 사람 얼굴이 순간 일그러지더니 "내가 사장"이라고 말했습니다. 일이 잘 풀릴 리가 없었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습하고 더운 인도네시아 특성상 서양식 양복 대신 바틱이 거의 비즈니스 복장이었던 것입니다. 대사관 초청 행사를 갔더니 현지 대사도 바틱을 입고 있었다는 것이죠.


해외 출장을 가기 전에는 반드시 현지의 비즈니스 에티켓을 찾아보는 것을 습관화해야 합니다. 최근 코트라(KOTRA)가 네이버와 제휴해 각국의 비즈니스 에티켓 정보를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네이버 검색 창에 '인도네시아의 비즈니스 에티켓' 식으로 검색해보면 됩니다. 경영 트렌드가 바뀌듯 에티켓도 바뀌기 마련입니다. 비즈니스 에티켓, 잘 알고 대처하면 그 어느 것보다 큰 도움이 되지만, 잘못 알고 실수를 하게 되면 지울 수 없는 첫인상을 남기고 업무에도 큰 지장을 초래하니 반드시 주의를 기울여야 할 덕목입니다.




TIP. 간단한 각국의 에티켓





출처 : 웹진 Pioneer 138호(9월호)  글 | 조시영(매일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