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 없는 사용자 2014. 6. 9. 17:57

일은 삶의 기쁨



디자이너 하비에르 마리스칼(Javier Marisca)은 일의 과정을 놀이의 기쁨에 비유합니다. 그래서일까요? 그의 작업 내용을 보면 장난기, 생동감 등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일하러 나가는 아침이 단 한 번도 버겁게 느껴진 적이 없다”라고 고백하는 폴 스미스에게 일은 삶의 기쁨을  표현하는 그 자체입니다. 대표적인 크리에이터들에게 ‘일을 놀이처럼’ 즐기는 비법을 전해 들어 보고자 합니다. 




제임스 다이슨, 청소기의 룰을 깨버려라  



(제임스 다이슨 -출처 : 위피키디아-)



여러분은 청소기 하면 어떤 브랜드가 떠오르십니까? 세계 굴지의 기업인 후버, 삼성 등과 맞장을 떠 새로운 지존으로 등극한 브랜드가 있다. 바로 다이슨(Dyson) 청소기로, 다이슨은 먼지 봉투를 없애 오늘날 청소기의 패러다임을 바꿨습니다. 제임스 다이슨은 아내 대신 집 안 청소를 하다가 청소기가 먼지를 제대로 빨아들이지 못하자 자신만의 청소기를 고안해냈습니다. 그것이 오늘날 다이슨 청소기의 원조가 된 것입니다.  


그의 첫 시제품 ‘G-force’가 1983년 세상에 나올 때까지 아내가 대신 경제를 책임졌다고 합니다. 고생해가며 야심 차게 청소기를 내놓았지만, 기존 시장의 반응은 차가웠습니다. 그는 결국 1993년 영국 남부에 자신의 공장과 연구소를 세우고 제품을 전략적으로 홍보했습니다. 사람들은 하나둘씩 먼지 봉투 없는 강력한 다이슨 청소기로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제임스는 이 청소기뿐만 아니라 팬이 없는 선풍기, 화장실에서 손 말리는 기구 등 기발한 물건들을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다이슨의 날개 없는 선풍기 -출처 : 위키피디아-)



어렸을 때부터 상상력이 남달랐을 것 같은 그는 의외로 아주 평범한 아이였습니다. 그가 발명에 눈을 뜬 건 왕립예술학교에서 가구와 인테리어 디자인을 전공하면서부터입니다. 그는 세상에 없는 물건을 만드는 데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개발한 깜짝 놀랄 만한 상품 가운데 ‘날개 없는 선풍기’도 있습니다. 뻥 뚫린 고리 모양 아래에 원기둥 모양의 몸체가 세워져 있죠. 이게 전부입니다. 그런데 이 만들다 만 듯한 모양의 기구, 텅 빈 동그라미 안에서 마치 마술처럼 바람이 나옵니다. 그것도 기존의 선풍기보다 15배나 센 바람이 말이죠


디자인에서 기술이 가지는 비중은 대단히 큽니다. 디자인 종사자들이 기술의 변화에 촉을 세우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기술의 발전을 어떻게 디자인에 안착시킬 것인가 하는 고민이 중요한데, 제임스 다이슨은 디자인에 기술을 어떻게 도입해야 하는지에 대한 모범적인 사례를 보여주는 디자이너입니다. 그는 2013년 <포브스>의 영국 내 부자 서열 7위에 올라 있습니다. 그의 순 자산만 30억 파운드(약 5조 2,000억 원)에 이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끊임없는 발명품을 내놓으면서 조금씩 세상을 바꿔나가고 있다. 그는 천재가 아니었다.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내면서 즐거움을 찾을 뿐이었습니다. 그의 첫 청소기인 ‘G-force’가 나오기 전까지 그는 총 5,127종의 샘플 청소기를 만들었습니다. 청소기 만드는 것을 사랑해서 즐기게 되었고, 그 즐거움으로 그는 오늘날 세계 청소기 업체의 왕이 되었습니다.




자하 하디드, 건축에 자신의 스타일을 전파하다



(자하 하디드 -출처 : http://www.arquinauta.com/-)



세계적인 여성 건축가인 자하 하디드(Jaha Hadid)는 여러모로 봐도 ‘파격’ 그 자체입니다. 그녀는 여성 최초로 건축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받았습니다. 독특한 건축 스타일을 수십 년간 고집하고 있고, 조각·가구·가방 디자인까지 섭렵하며 예술가의 면모도 뽐내고 있습니다. 이라크인 자하 하디드는 영국 AA 건축학교 커리큘럼 과정에서 ‘3차원 비정형 건축물(Parametric Design Architecture)’의 영감을 받았고, 이후 이 건축물은 그녀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었습니다. 


그녀는 과감하게도 서른 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자신의 건축사무소를 런던에 세웠습니다.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그녀의 삶은 성공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습니다. 각종 세계 공모전에서 1등을 차지했지만 주변의 반발과 예산 확보의 어려움으로 실제 지어진 건물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자하 하디드의 독특한 건축물을 만날 수 있습니다. 독일 BMW 중앙 빌딩, 광저우 오페라 하우스, 서울의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앤드 파크(DDP), 런던 올림픽 아쿠아 센터 등이 그녀의 작품입니다. 20년 넘게 ‘건축물 없는 건축가’로 살아온 자하 하디드가 자신의 건축 스타일을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저력은 뭘까요? 




(자하 하디드의 작품들 -출처 : 위키피디아-)



그녀의 지인들은 자하 하디드의 자신감의 바탕은 그녀가 자신의 삶을 즐기는 데 있다고 말합니다. 아직 미혼인 자하는 자신의 런던 집에 사무실 직원들을 초대해 파티를 즐기며 이야기 나누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녀는 건축 디자인에 천착하지 않고 다른 분야의 디자인 작업에도 눈을 돌리며 그런 과정을 즐겼습니다. 자신이 디자인한 검은 계통의 옷만 입는 그녀는 2007년엔 루이뷔통과 협업해 독특한 모양과 질감의 ‘자하 하디드 가방’을 내놓았습니다. 미술 조각에도 눈을 돌렸습니다. 유선형 모양의 연두색, 갈색 모양의 독특한 의자 등은 세계적인 미술 경매에 단골로 나옵니다. 실로 즐기는 자에게서 무한한 창조성이 싹튼다는 것을 몸소 증명하고 있습니다.




데미언 허스트, 예술가도 백만장자가 될 수 있다  



(데미안 허스트 -출처 : http://www.outsidethesquaregallery.com/-)



"예술가는 가난하다. 어느 시대고 그렇다." 그런데 이 말이 통하지 않는 예술가가 있습니다. 세계적인 작가 데미언 허스트가 그 주인공입니다. 그는 20세기가 낳은 미술계의 이단아입니다. 발표하는 작품마다 논란을 일으키고, 업계의 비즈니스맨을 뺨치는 장사 기술로 현대미술의 최고 작가 자리에 올랐습니다. 2010년 현재 그의 자산 가치는 2억 1,500만 파운드(약 3,700억 원)입니다. 


데미언은 배고픈 예술을 하지 않았습니다. 흔히들 작가들이 붙잡고 매달리는 심오한 예술성이나 작가주의는 없습니다. 그는 대중이 좋아하는 예술, 언론이나 미술 컬렉터들이 좋아하는 예술을 추구합니다. 한마디로 그는 ‘사업하듯’ 예술을 합니다. 그래서 그는 늘 새로운 시도를 하고, 이를 즐기고, 더불어 엄청난 돈을 벌어들입니다. 데미언은 작품을 제작하는 것보다 이를 어떻게 알리고 제대로 팔 것인가를 궁리하는 독특한 작가입니다. 2008년엔 살아있는 작가로는 최초로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자신의 작품들을 2,000억 원어치나 팔아 치우는 저력을 과시하기도 했습니다. 또 실제 죽은 사람의 해골에 8,601개의 다이아몬드를 박은 작품을 5,000만 파운드(약 862억 원)에 내놓았다가 안 팔리자 자신이 두 배의 금액으로 사들이기도 했습니다. 데미언은 자신의 작품을 생산할 스튜디오 공장을 영국 내에 다섯 개나 갖고 있습니다. 



(출처 : http://www.imagnet.com)


그가 바쁘게 비즈니스를 하는 동안 그의 스태프들이 그의 작품을 제작합니다. 작가의 손을 거치지 않은 작품을 작가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한 그의 대답이 걸작이다. “아티스트는 건축가와 같다. 건축가는 집을 디자인할 뿐 실제로 집을 짓지는 않지 않는다.”  


그는 외골수 같은 면을 보이지만 의외로 유연한 사고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난한 예술가에 머물지 않고 자신의 작품을 전략적으로 사람들에게 알리며 오늘날 미술계 최고의 자리에 올라섰습니다. 더 나은 예술을 추구하기 위해 자신을 학대하는 대신 전략적 비즈니스를 짜며 끊임없이 성공할 궁리를 했습니다. 그렇기에 아무도 가지 못했던 길을 그가 제일 먼저, 유일하게 꿋꿋이 걷고 있는 것이죠.




리처드 브랜슨, 사업은 부단히 창조하는 것이다  



(리처드 브랜슨 -출처 : 위키피디아-)



TV 토크쇼의 손님이나 영화의 카메오 출연, 각종 이벤트의 주인공 등으로 언론에 수시로 모습을 드러내는 잘생긴 기업인이 있다. 버진그룹의 리처드 브랜슨(Richard Branson)입니다. 버진그룹은 여행, 통신, 항공, 음반 등 30여 개 종류의 사업을 전 세계 400개의 회사를 가진 초대형 기업입니다. 20대 시절 런던 쇼핑가에서 음반 가게를 내면서 사업을 시작한 그는 잘 나가던 버진 레코드사를 EMI에 팔고는 전혀 다른 산업 분야인 항공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렇다고 그가 항공 사업에만 투신한 건 아니었습니다. 철도업, 통신사업, 콜라 제조업 등 별의별 사업에 다 손을 댔습니다. 그는 사업이 성공하리라는 확신 없이 밑바닥부터 시작했습니다. 


사업해서 잘 되면 더 크게 키우고 안 되면 미련 없이 접는 모험가 스타일입니다. 그는 대형 기구를 타고 태평양과 대서양을 횡단하기도 했습니다. 그의 꿈은 이제 우주로 향하고 있습니다. 버진그룹은 2004년 우주여행 회사인 ‘버진 갤래틱(virgin galactic)’을 설립해 민간인 우주여행의 꿈을 실현하려 하고 있습니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그는 오늘도 꿋꿋이 한 발짝씩 걸어가고 있습니다.



  

제이미 올리버, 국적 없는 건강한 요리를 창조하다  



(제이미 올리버 -출처 : Flickr_Scandic Hotels-)



영국 음식은 세계에서 가장 맛없는 음식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영국에서 세계적인 요리사가 나오는 것을 보면 참 아이러니합니다. 제이미 올리버(Jamie Oliver)는 한국인도 잘 아는 영국의 대표 요리사입니다. 제이미의 요리는 쉽고 간단하고 어떤 음식이든 그의 손을 거치면 친환경·초간단·웰빙 음식이 욉니다. 거기에 빼놓을 수 없는 한 가지가 있는데, 그는 요리를 정말 ‘즐겁게’ 합니다. 한 예를 들어볼까요? 


요리 프로그램 ‘제이미의 집 요리(Jamie at Home)’는 말 그대로 그가 자신의 부엌에서 각종 요리를 선보입니다. 거창한 요리도 아니고 그저 그날 저녁 아이들을 위한 저녁 식사나 크리스마스 등 특별한 때에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파티 음식 정도입니다. 그는 자신이 특별히 좋아하는 그릇을 찬장에서 가져오고, 마당에 나가 로즈마리 등 향신료를 직접 꺾어오며, 요리를 하는 중간 중간 자신이 이 요리를 좋아하는 이유와 아이들이 어떤 경우에 이 요리를 반기는지 등 생활의 소소한 부분을 이야기합니다. 


제이미 요리의  ‘창조성’은 별것 아닌 데서 시작합니다. 한번은 그가 이탈리아로 요리 여행을 떠났을 때입니다.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디저트인 티라미수를 만들 경우, 제이미는 빵 대신 마스카포네 치즈와 계란만을 이용한 반액체 상태의 티라미수를 만들어 선보입니다. “그게 먹어보니 더 맛있더라”는 그의 경험에서 나온 방식입니다. 제이미는 총 19권의 요리책을 정열적으로 출간하면서 요리 역사를 새로 쓰고 있습니다. 영국인이지만 영국 음식이 아닌 세계인들이 좋아하는 음식들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전파하는 그의 성공 요인은 단 하나입니다. 바로 '즐겁게 요리하기'인 것이죠.




 

 

 

출처 : 사외보 아주좋은날 2014.03+04호 

 


<VARIETY STORY  즐겁고 기쁘게 일하는 크리에이터들의 이야기입니다.>

 

글 : 편집부